땜질식 외국인 인력제도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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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의 외국인 인력제도 개선방안은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안고 있는 불법 체류·인권 유린·송출 비리 등 많은 문제로 인해 그 개선의 절박성에도 불구하고 미봉으로 끝난 감이 짙다. 현재의 외국인 산업연수생제를 노동허가제로 바꾸자는 본질적 개혁은 부처 간 논란 속에 다시 실종돼 버렸다. 대신 각 부문에 발등의 불인 인력부족을 메우려는 산업연수생의 정원 증원이 초점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에서 해외동포의 취업문호를 확대한 것은 다른 외국인과의 형평성 논란 여지는 있을지 모르나 잘된 선택이라고 본다. 중국동포로 대변되는 이들은 친숙한 숙련 노동인력인 데다 취업문호 확대 요구는 풀어야 할 숙제였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인정, 해외동포에게 취업 길을 넓힌 것은 좋지만 인력이 부족한 쪽은 제조업으로, 단순 서비스업까지 해외인력에 의존해야 하는지 의문을 남긴다. 더구나 취업관리제가 새로이 산업연수생제와 병행됨으로써 기존 인력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넘어가는 현상을 부추길 염려도 크다.

건설기능공과 연근해 선원의 연수생 증원 또한 당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함이라 해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이들이 대거 일자리를 차지할 경우 기능 단절은 물론 싼 노임으로 국내 취업자들과의 마찰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불법 체류의 해결이야말로 가장 큰 과제다. 정부가 불법 체류한 25만6천명을 내년 3월까지 모두 출국시키겠다고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불법 체류자를 단속 일변도로 막을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불법을 한번 털어주는 전기를 마련하면서 또 단속을 강화하는 양면작전을 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에서 어느 나라도 성공적 모델을 제시한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당국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은 우리에게 급속히 다가오는 고령화와 제조업 공동화 등 산업구조 변화와 불가분의 연관이 있다. 현장의 문제 해결도 좋지만 큰 틀의 정책 모색이 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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