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은 거대한 폐수처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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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갯벌이 미생물·유전 자원의 보고(寶庫)로 주목받고 있다. 갯벌 미생물들의 탁월한 오염물질 정화 능력을 폐수 처리 시설에 이용하고,갯벌 생물들로부터 의료용 물질을 뽑아내는 등의 연구가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인하대 최중기(해양과학과) 교수·서울대 조병철(해양학과) 교수·한국해양연구원 현정호 박사 등이 올해 오염 처리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또 인하대 장정순(의대) 교수는 갯지렁이에서 특수 효소를 뽑아내 의료용·산업용으로 이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갯벌 1㎤(각설탕 크기)에는 오염 물질을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약 1억~10억 마리 들어 있다. 바닷물보다 1만배, 강물보다는 1천배나 많다. 이중에서 특히 오염 물질을 잘 처리하는 박테리아들을 찾아내 '생물학적 오염 처리 시설'을 만드는 게 연구의 목표다.

최중기 교수는 "미생물이 워낙 많아 갯벌 1백만평이 하루 처리 능력 10만t짜리 폐수 정화 시설과 맞먹는다는 추산도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갯벌 면적은 세계 5위인 2천4백㎢. 하루에 약 7천만t의 폐수를 처리할 수 있는 정화시설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장정순 교수는 갯지렁이로부터 특수 단백질 분해 효소를 대량으로 뽑아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장교수는 "갯지렁이의 효소는 혈전을 없애 주는 작용을 한다"면서 "『동의보감』에 '갯지렁이가 피를 깨끗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 것이 바로 이 단백질 효소의 작용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갯벌은 또 산소를 잔뜩 내뿜는 '숨은 숲'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광합성을 하는 아주 작은 식물인 '돌말'들. "갯벌이 만들어내는 산소의 양이 숲 만은 못해도 같은 면적의 풀밭보다 훨씬 많다"는 게 해양연구원 제종길 박사의 설명이다.

최중기 교수는 "독일과 네덜란드는 모든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존하면서 갯벌 안의 생명 자원 연구를 하고 있다"며 "우리도 갯벌 생명 자원에 대한 연구와 보전을 함께 하면 미래 바이오 강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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