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대학원이 몰려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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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육인적자원부는 외국의 우수 대학원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해 설립 요건과 운영에 대폭적인 특례를 인정키로 했다. 이번 개선안은 우리 대학원 교육의 질과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여서 바람직하긴 하지만 국내 대학원과의 형평성 문제를 비롯해 시행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외국 대학과 대학원의 국내 분교 설립은 이미 1997년에 개방됐으나 설립기준 등이 국내 대학과 똑같이 까다롭게 적용된 까닭에 그동안 실적이 전무한 상태였다. 따라서 이번에 대폭적인 특례를 인정키로 한 것은 국제화 시대에 맞춰 외국의 우수 대학원을 유치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할 수 있다. 교지(校地)나 교사(校舍)가 없어도 학교법인 설립이 가능하고 수익용 재산 확보 의무도 면제한 것은 엄청난 특혜고, 바로 이 때문에 국내 대학원들이 '역차별'이라며 반발하는 것이다.

이같이 기준을 완화할 경우 질 낮은 외국 대학원의 국내 진입 러시가 우려되고 학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국내 고등교육의 질서 혼란은 말할 것도 없고 재학생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진다. 과거 대학 개방 당시 42개 대학이 들어왔다가 현재는 8개만 남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각계 전문가들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세계적 수준의 대학원을 선정하고, 혹시 파산할 경우 학생보호를 위해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으로 대책이 충분한지 따져보아야 한다.

이미 여러 대학이 외국의 유명 대학원과 교육프로그램 공동운영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국내에 외국 대학원 분교 설립 움직임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 우수 대학원 유치는 국내 대학원 교육에 큰 자극이 될 것이나 교수 확보 등 교육환경에서 경쟁력이 뒤지는 곳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대학은 앞으로 피할 수 없는 교육시장 개방 확대에 대비해서라도 생존전략 수립에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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