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이 쉬쉬하기만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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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협상 미숙으로 아까운 돈을 낭비하며 중국산 마늘을 수입, 이를 외국에 되판 것이 엊그제 같은데 중국과 마늘협상의 불씨가 또다시 불거져나와 당혹스럽다.

정부는 2000년 7월 중국과 마늘분쟁을 타결지으면서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조치를 내년 이후 추가 연장하지 않기로 합의, 이를 합의문 부속서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당시 발표 때 이를 공개하지 않았고 그 뒤에도 적극적인 홍보를 외면하는 바람에 애꿎은 농민들만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셈이어서 대비할 시간을 잃어버린 것이다.

농림부로서는 긴급수입제한 조치가 올 연말 끝나게 돼 추가 홍보의 필요성이 없었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긴급수입제한 조치가 종료된다는 것과 추가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는 천양지차다. 결국 정부가 마늘 농가의 반발을 우려, 마늘재배 억제책이나 대체작물 권고 등 적극적 대책을 농민들에게 알리지 못한 결과라고 본다. 이런 가운데 농협도 이런 합의가 있었는지 몰라 제한 조치를 4년간 더 연장해 달라고 신청하는 혼선까지 빚어지게 된 것이다.

쌀 소득이 갈수록 줄어드는 농민들로선 마늘마저 값싼 수입품에 밀릴 경우 걱정이 태산이다. 현재 마늘은 재배농가만 전체의 37%인 49만호에 생산액은 쌀·고추 다음인 연간 5천3백여억원에 이른다. 그동안 수입제한 조치 때도 재배면적이 해마다 10% 이상씩 줄었는데 수입품이 몰려올 경우 타격은 엄청나다.

그러나 농협이 수입제한 조치의 연장 신청을 했으나 이것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게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통상 현실이다. 또 중국과 호혜적 교역을 생각할 때 무역장벽만을 높이 칠 수 없는 게 엄연한 우리 현실이다. 미봉으로 농산물 수입문제에 대처하던 시대는 지났다. 지금이라도 사후 대비를 서둘러 국내산 마늘의 생산비 절감 방안과 최저가격 보장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 동시에 원산지 표시의 엄격한 시행은 물론 수입 농산물 유통구조의 일대 정비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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