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파괴할 권리는 없다" 법정스님, 북한산 관통도로 저지운동 격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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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우리에겐 조상이 물려준 자연을 지킬 의무는 있어도 파괴할 권리는 없어요. 거리 단축이라는 경제성에 밀려 생명이 죽어가고 있으며 우리 후손의 장래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법정스님(70·길상사 회주·(右))이 15일 오후 2시 경기도 양주군 장흥면 울대리에 있는 북한산 국립공원 원각사 입구에서 북한산 관통도로의 건설 저지 운동을 펴고 있는 수경스님을 찾아 격려했다. 강원도 골짜기의 오두막에서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2개월에 한번씩 길상사를 찾아 대중들에게 설법을 펴는 법정스님이 모처럼 세속의 일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법정스님은 "한 사람에게 뜻이 있다는 것은 이 우주와 대자연이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수경스님의 환경보호 운동을 높이 평가했다. 수경스님은 지난달 길상사로 법정스님을 찾아 도움을 청했다. 법정스님은 "진작 오려고 했으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불교계 내부의 자연환경 파괴에 대해 언급했다.

"불사(佛事)보다 수행이 우선되어야 해요. 화려한 절에서는 수행자가 안 나옵니다. 법당이 없어 한국불교가 이 모양이 됐습니까. 사람이 없어 그렇게 되었지. 좋은 도량이란 절이 주변 환경과 잘 어울려 사람의 맘을 편하게 만드는 곳입니다."

불교환경연대 대표인 수경스님은 지난 2월부터 이곳에 철마선원을 짓고 '뭇생명의 환경을 파괴하지 말라'는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농성 중이다.

올 초 법원이 공사방해금지 가처분결정을 내리자 함께 농성을 벌이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현장을 떠났다.

북한산은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하는 국립공원인 만큼 시간을 두고 환경을 살리면서 개발하는 정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관통도로의 건설을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게 불교계의 주장이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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