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災예방 나몰라해서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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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사회의 맹점 중 하나는 해마다 엄청난 인명·경제 손실이 남에도 불구하고 산업 재해를 등한히 여기는 현상이다. 이는 사회 구조의 복잡화와 산업 구조 개편 과정에서 신종 직업병이 확산, 산재가 늘고 있으나 예방과 대책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데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산업 현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 급증이 이런 현실을 잘 말해준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문제의 질환자는 1천5백98명으로 전년보다 58.4%나 늘어났다(본지 7월 13일자 1,5면). 그러나 이는 산재 요양 승인자에 한정한 것으로 실제로 질환에 시달리는 근로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보아야 한다.

근골격계 질환은 반복 작업과 강한 노동 강도 등으로 목·어깨·허리 등에 만성적 통증이나 감각 이상 등 건강 장애가 생기는 것으로 생산직뿐 아니라 사무직까지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 그러나 재해 판정 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노사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관계 부처도 사업주의 예방 의무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았으나 차일피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산업 재해 증대는 이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대처가 후진국 수준임을 뜻한다.산업 피해액은 지난해 무려 8조7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8%에 이르렀다. 특히 산재 피해의 경우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전체 재해의 69%가 일어났고 산재 피해 근로자도 입사 1년 미만이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소규모 사업장이야말로 여전히 산업 재해의 사각지대며 동시에 신규 채용 근로자에 대한 안전 교육이 미흡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산업 경쟁력이 생산성 향상에 달렸다면 근로자의 건강은 그 바탕이 된다. 산재는 사후 대처보다 예방이 여러모로 우선인 만큼 기업과 근로자의 각별한 노력이 피해 축소의 지름길이다. 정부도 단순 지도·감독 차원에서 벗어나 작업 환경을 일대 정비하는 등 더 실효성 있는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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