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다 일본 외상 인터뷰] “한·일, 안보·방위 분야도 협력 단계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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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사진) 일본 외상은 13일 “한·일 양국이 정치·경제·문화뿐 아니라 안전보장과 방위 분야에서도 협력을 생각해야 하는 단계에 와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장래의 일이긴 하지만 한·일 양국이 공통의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한·일 강제 합병 100주년(8월 29일)을 앞두고 일본의 외교 정책을 지휘하고 있는 오카다 외상이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전환점에 선 양국 관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8월 총선을 통해 탄생한 민주당 정권의 각료로선 처음이다.

오카다 외상은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은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안보 분야를 포함한 전방위적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통 역사교과서 구상은 그가 지난해 10월 도쿄 외국인특파원협회에서 처음 언급한 바 있다. 오카다 외상은 “일본에서 교과서는 출판사가 자유롭게 만들고 있어 정부가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있다”면서도 “양국 간 역사 공동연구는 공통 교과서의 첫걸음을 뗀 것”이라고 말했다.

재일동포 등 외국인 참정권 문제에 대해 그는 “다문화 공생의 지역사회 만들기와 다양한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허용하는 사회를 만든다는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국가 제도의 근간에 관한 것이어서 정부보다는 국회나 당에서 논의할 과제”라며 “논의가 무르익는 동안 상황을 지켜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오카다 외상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 “일본은 지난달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에 관한 논의를 주도해 북한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포함한 성명을 도출하는 데 공헌했다”며 “앞으로도 한국·미국 정부와 긴밀히 의사소통을 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북한 핵·미사일과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서는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불행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정상화를 하겠다는 방침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핵과 미사일 문제는 6자회담의 장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지금은 천안함 문제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바로 재개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권의 첫 외상인 오카다의 이 같은 한국 중시 정책은 ‘한국은 일본에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는 기본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는 “일본과 한국은 서로에게 큰 메리트(장점)를 제공하는 하나의 시장이 돼야 한다”며 “양국의 기업들이 서로 크게 진출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조기에 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으로선 먼 장래를 생각해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을 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경제 협력이나 인적 교류를 추진해 나갈 방침이며, 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한국의 공통 동맹국인 미국과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류 예찬론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를 아주 좋아해 영화 ‘JSA(공동경비구역)’와 드라마 ‘제5공화국’을 관심 있게 봤다”며 “원래 한식을 좋아했지만, 드라마 ‘대장금’을 계기로 궁중요리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오카다 가쓰야(57)=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통상산업성(현 경제산업성)에 입성한 경제 관료 출신의 7선 의원. 2005년 민주당 대표를 역임한 그는 지난해 5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당시 간사장과의 대표 경선에 나서 낙선했다. 하지만 당내 지지가 만만치 않아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고 있다. 7·11 참의원 선거 참패로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간 나오토(管直人) 총리의 자리를 대신할 후보군에도 들어있다. 당의 실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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