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경찰서'를 세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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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질서를 도닥이려 경찰서가 있듯, 문장이 문란하니 문장경찰서를 세워야겠다. 대원칙은 하나다.'읽힐 문장'에 위반하는 문장현행범들은 모조리 입건!

신문은 나오자마자 수세미 되기가 바쁘고, 금과옥조로 받드는 국어교과서마저 되읽을 만한 문장은 "꿩 구워먹은 자리"다. 너스레로 전락한 교수들의 칼럼, 육군사관학교 졸업논문 같다는 논설들, 문장론 밑절미 여린 기사문들, 잡초의 황야인 교과서 문장-그들을 싸잡아 다듬어 주는 문장경찰서 말이다.

언어는 사회생활을 추스르는 고속도로다. 그는 바닥만 좋아서도 안된다. 넓고 풍치로워야 한다."부드러운 말은 구렁이도 소굴에서 끌어낸다"고 했다."운치로운 문장은 굳게 닫힌 쇠살문도 부순다"고 했다.'부드러이(유연), 운치로이(함축), 맵시로이(간결)'는 현대문장의 3요소다.

신문사마다 문장교열부를 두라(낱말부스러기가 아닌). 정부에 문장지도센터를 두라. 국어연구원에 문장익숙꾼을 두라. 정신문화연구원에 문장전문교수제를 도입하라.

그럴싸히 꾸며진 신문편집, 석 줄을 읽을라치면 애성이가 나 덮어버린다. 헌법을 비롯한 법률문장들, 헌누더기 걸치고 시집가는 색시다. 정부의 광고문은 브라질에서 꾸어온 보릿자루요, 상품설명서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다.

이거 안되겠다. 초·중·고·대에서 '바른 문장''읽힐 문장''대한민국 문장법'으로 가르치라."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소쉬르)."국어 잘하면 외국어도 쉬워진다"(배혜경).빨리 서두르라. 나무는 커서는 못 구부린다.

학생들의 '글 이전의 글', 글로써 먹고사는 기자들의 뻗글(악문)들-그러나 실망 말라. 사나운 말일수록 명마(名馬) 될 가능성이 크다."고삐(방향)와 박차(훈련)는 명마에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현대는 '독해의 명수'보다 '표현의 얼간이'를 요구한다. 표현은 창조의 요람이고 종착역이다. 지하자원 없는 이 땅에서 살아남으려면 '창조적 생산'이라야 한다.

한글이 있는 한, 이 겨레는 최후의 생존자가 되리라. 한글은 세계경쟁에서 마지막 승리자임을 약속하는 보증수표다. 역대 문교부장관이 한자교육 부활을 건의했다. 아뿔싸! 정책의 최고권위자였던 분들, 빗맞혔던 화살, 국책의 방향을 허탕치었음을 자인하는 자리였을라!

박물관 골동품에 연연 말라. 낡은 족쇄에의 향수를 대물림하려는가? 창조에 직통하는 것은 '글자'보다 '글두름손'(구성력·표현력)이다.'한자의 만물박사'보다 '표현의 백과사전'이 더 끗발스레 써먹힐게다.

문화관광부는 정책을 새로 짜라.'언어능력 향상책'의 청사진을 보이라. 교육부는 교과서 다시 짜라. 얼개짜기(구성)의 숙련공을 겨냥하라, 표현술의 익숙꾼을 가늠하라. 표현은 창조다. 없는 태양을 만들어내는 것이 예술이다. 국민을 작은 예술가 되게 하라.

한글은 장단가락이다. 고저가락 약간만 섞으면 세계최고이리라. 고운 말가락 저버린 아가씨들이여! "말은 제2의 얼굴"이다. 낯바닥화장보다 말씨로 화장하라.

젊은 기자들-문장술의 베테랑이 되라. 단락배열의 도사가 되라. 고교에서 대학에서 못 배운 표현술을 터득하라. 첫·끝단락에 기법을 부리라. 간결체·묘사체의 왕초가 되라. 수사법의 귀신이 되라.

신문편집인협회여, 기자훈련소를 세우라. 관훈클럽이여, 좋은 기사문 표창제도를 마련하라."늙은 마부는 채찍소리 듣기를 좋아한다". 신바람 나는 '붉은 악마'의 문장을 읽고 싶구나.

글은 마음을 여는 도끼다. 너와 나의 벽을 부수는 망치다. 독자들의 가슴에 꿈과 살맛을 안기는 '창조의 망치'질을 해 다고.

차홉다! 신문공부(NIE) 한답시고 잠꼬대 같은 글을 모범문이라고 베끼는 저 꼬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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