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랠리'시작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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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반도체주가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최근 D램 가격 반등→반도체주 상승→종합주가지수 상승→증시 호전의 선 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 종합지수가 780선을 회복한 것도 반도체주의 선전 때문이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이후 6일(거래일 기준) 연속 올랐다. 이 기간에 무려 15% 상승했다. 하이닉스 역시 지난달 27일 이후 6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프 참조>

미국 반도체주도 신바람이 났다.5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9.08% 상승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과 세계 2위 메모리반도체업체 마이크론도 각각 10%, 9% 올랐다. 이 덕분에 나스닥지수는 4.9% 뛰었다. 반도체주가 동반 침체 양상을 보였던 한·미 증시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전자제품 메이커들이 조만간 반도체 재고를 늘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5일 보도했다.

퍼시픽아메리카증권 연구소의 마이크 코언 소장은 지난 5분기 동안 반도체 재고는 계속 떨어져 왔으나 기업들은 올해 말로 예상되는 반도체 수요의 급증에 대처하기 위해 재고를 늘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통신이 전했다.

◇D램 가격 왜 오르나=D램 가격(128메가 SD램 기준)은 지난 6월 최저치 대비 27% 올랐다. 지난해 11월 1달러에서 지난 3월 중순 4.3달러까지 상승했다가 줄곧 뒷걸음질하던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D램가격 상승은 PC수요 증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현재 세계 주요 PC업체의 유통 재고 기간이 13주로 적정 수준 6주를 훨씬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동원경제연구소 김성인 연구원은 "D램가격이 반등하는 것은 PC 업체들이 재고를 줄이기 위해 7월부터 대대적인 마케팅을 할 것으로 알려지자 D램값 상승을 예상한 유통업체들이 선취매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더블데이터레이트(DDR)D램의 수요 증가도 가격 반등에 힘을 보태고 있다. DDR는 SD램보다 속도가 빠른 데다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어 PC 업체들이 최근 구매 물량을 늘리고 있다. 128메가 DDR는 지난 6월 이후 60% 이상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퀘스트는 DDR가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분기 24.6%에서 4분기에는 55.7%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DDR가 SD램을 밀어내고 PC용 주요 메모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가격 반등은 DDR D램에 대한 수요·공급 균형이 일시적으로 깨진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얼마나 오를까=가격 반등세가 오래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PC수요가 가시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다 D램가격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동원경제연구소는 7월 하순~8월 중순에 D램가격이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 PC수요가 2분기보다 5% 가량 증가하는 데 그치고 D램업체의 재고 보유기간도 3.2~7주로 지난 2월(1~2주)보다 여전히 길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정창원 연구원은 "D램업체가 SD램 생산시설을 공급물량이 부족한 DDR로 바꾸는 데 약 2주 걸린다"며 "따라서 이달 말에는 가격 상승세가 한 풀 꺾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D램가격이 이미 바닥을 찍었다고 보고 있다. 3분기 이후 PC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한편 그동안 반도체값이 오르면 반도체 생산기업의 주가도 덩달아 상승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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