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생사라도 알았으면 … " 애타는 스리랑카 노동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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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리랑카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이 29일 서울 가리봉동 외국인 노동자의 집에서 지진해일 피해를 본 고국 가족들의 안전을 기원하고 있다. [경향신문 제공]

"아버지.어머니가 살아 계신지… 여동생과 형수님은…."

사상 최악의 지진해일로 피해를 본 스리랑카 출신의 노동자 랄(34)은 고향의 피해 소식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고향은 스리랑카 남동부의 벵골. 그곳에서 가족들은 랄이 2~3개월에 50만원씩 보내준 생활비로 살아왔다. 그러나 지난 26일 지진해일이 발생한 뒤 연락이 끊겼다. 랄은 "제발 어딘가에 가족이 생존해 있기를 바라며 기도하고 있고 다음달 3일 고향으로 돌아갈 계획"이라며 참았던 눈물을 보였다.

스리랑카 지역 주민들의 실종과 사망 소식이 잇따라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랄처럼 고향을 떠나온 스리랑카 출신의 노동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아내와 함께 한국에 온 린컨(50)은 스리랑카에 있는 자녀 4명 중 2명의 생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어가 서툰 린컨은 "현지 상황을 아무것도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인 수갓(34)은 "피해가 컸던 남쪽 섬 지역에 여동생이 살고 여동생의 남편은 마침 몰디브에 일하러 갔는데 둘 다 연락이 끊겼다"며 "한국에 온 지 1년도 안 돼 일자리도, 돈도 없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스리랑카 노동자 모임 관계자는 "현재 한국에 6000여명의 스리랑카인이 노동자로 일하고 있으며, 이 중 200~300여명이 가족과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말했다. 고국의 피해 소식을 접한 스리랑카 출신 외국인 노동자 20여명은 29일 서울 외국인노동자의 집에 모였다. 이들은 지난 성탄절에 이주 노동자 센터에서 받은 받은 치약.이불 등 생필품을 구호품으로 내놓았다. 이들은 자신이 입던 옷가지도 구호품으로 내놨다. 이 구호품은 이날 오후 5시 스리랑카 구호 활동에 나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 전달됐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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