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새 해가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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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복식 정상에 오른 이재진(左)-정재성 조가 김동문-하태권 조를 공격하고 있다. [연합]

한국 배드민턴의 '6년 아성'이 무너졌다.

아테네 올림픽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국내최강 김동문-하태권(삼성전기)조의 자리에 이재진-정재성(원광대) 두 선수가 섰다. 1999년 첫 호흡을 맞춘 이래 세계랭킹 9위의 고지를 지켜온 김-하 조에게 '세대교체' 신호를 보낸 것이다.

29일 서울 강서구 마곡실내배드민턴장에서 벌어진 한국 배드민턴최강전 결승전에서 이-정 조는 김-하 조에 2-1(14-17, 17-15, 15-11)로 역전승했다. 김-하 조가 불참했던 지난해 대회에 이어 2연패다. 이-정 조는 지난해 말 짝을 이룬 세계랭킹 88위. 김-하 조와의 결승 대결은 처음이었다. 이-정 조는 1세트를 내준 뒤 2.3세트에서 리드를 놓지 않으며 밀어붙였다. 올림픽 이후 긴 휴식 때문이었는지 김-하 조는 체력과 집중력에서 밀렸다. 김동문은 경기 뒤 "동생들이 많이 컸다"며 축하했다.

이-정 조의 우승은 20대 후반~30대 초반으로 구성된 국가대표팀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참이다. 김동문.하태권 및 라경민(대교눈높이) 등 대형 스타들에 기대 10년을 버텨온 한국 배드민턴이다. 아테네 올림픽 이후 이들이 빠진 인도네시아.싱가포르.중국 오픈에서 한국은 한 종목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여자복식 이경원(삼성전기)-하정은(성일여고) 조가 인도네시아 오픈 3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 남녀 단식은 물론 막강 종목인 복식마저 흔들리는 상태다.

그런데 이날 1982년생, 83년생인 정재성과 이재진이 일으킨 바람이 시름을 확 날렸다. 이-정 조는 이동수-유용성(삼성전기), 김용현(당진군청)-임방언(삼성전기) 조에 밀려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도 못했다. 하지만 이날 날카로운 스트로크와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성인 대회 두번째 트로피를 안았다. 성한국 대표팀 코치는 "두 선수가 '김-하 조'라는 큰 산을 넘으면서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며 "세대교체가 시작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여자단식 결승전에선 전재연(한국체대)이 황혜연(삼성전기)을 2-1(10-13, 11-6, 11-9)로 꺾고 대회 4연패를 이뤄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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