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영양 보충 식품들 필요 이상으로 함량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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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아이가 한창 자랄 시기라 칼슘이나 철분 강화 표시가 있으면 아무래도 손이 가요."

롱다리가 선망의 대상인 요즘 칼슘·철분 강화 제품 등 어린이용 영양식품이 넘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1998~99년)7~12세 어린이들이 식품으로 섭취하는 칼슘(권장량의 71%)·철(권장량의 82%)의 양은 다른 영양소 섭취량에 비해 떨어졌다. 부모들이 철분·칼슘에 집착하는 것도 이해할 법하다.

그러나 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조사·발표한 어린이용 영양 보충 식품 실태에 따르면 '이 많은 강화 식품들이 무슨 소용이 있나'하는 의문이 든다.

칼슘·철분 강화를 내세운 어린이용 유제품(치즈·우유)6종 중 3개 제품은 영양 함유량이 표시량의 15~53% 수준이었다. 이 제품들의 경우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비싼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영양 함유량이 표시량을 초과하는 경우다.간편한 식사 대용으로 즐겨 찾는 시리얼과 과자 등의 일부 제품은 칼슘·철분 함유량이 표시량의 최고 세배를 넘어섰다.

어린이용 영양 보충식품의 경우 더 심각하다. 소보원이 조사한 캔디·정제형 영양 보충 식품 10종 중 1종을 제외한 9종의 일부 영양 성분 함량은 표시량의 2~65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제품의 경우 영양 보충 식품을 먹는 것만으로도 하루 영양 섭취 권장량을 초과하게 된다.

부족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넘치는 게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용성(脂溶性)인 비타민 A·D·E·K와 무기질인 칼슘(Ca)·철분(Fe)·아연(Zn)등은 필요량 보다 넘칠 경우 다른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눈에 좋다는 이유로 많이 찾는 비타민A의 경우 과다 섭취하면 권태·식욕부진·체중감소·탈모 등 부작용이 일어난다. 뼈도 약해진다. 칼슘의 효과적인 섭취를 위해 필요한 비타민D의 경우도 과잉 섭취할 경우 간에 축적돼 독성을 나타낸다.

전문가들은 "맹목적으로 영양제나 영양 보충 식품을 과신하지 말고 인스턴트 식품이나 탄산 음료 등의 섭취를 줄여 균형있는 식사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지나친 영양분이 오히려 아이들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www.dietnet.or.kr)·창원대학교 영양교육 연구실(www.food79.net)등에서 식습관을 체크해 보자.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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