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시인 평가 통해 南北 문학관 차이 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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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오늘은 7·4남북공동선언이 채택된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문학을 통해 남북 민간교류의 확대를 모색하려는 계간지 '통일문학'이 7·4공동선언의 평화정신을 기리며 오늘자로 창간호를 냈다. 최근 발족한 사단법인 서울평양문화교류협회(이사장 김주팔)의 첫 주요 사업으로 펴내는 이 계간지는 그간 소개되지 못했던 북한의 시와 소설을 게재하고 있다.

편집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권영민(서울대 국문과)교수는 "1980년대 후반부터 북한에서도 점차 문학의 서정성을 용인하기 시작했다"면서 "창간호에 실은 '북한 시 특집'에서 비교적 서정성을 갖춘 작품들을 모았다"고 밝혔다.

김상조·최광조·장원준·이영삼 등 낯선 북한 시인들의 작품이 소개된다.

지난 10여년 간 북한의 도서를 독점적으로 공급해 온 대훈서적의 대표이기도 한 김주팔 발행인은 "문화적 통일이 없이는 어떤 형태의 통일도 이룩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통일 문학'을 창간했다"면서 "남북한은 물론 세계 각국에 살고 있는 우리 작가·예술인의 작품도 수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간지 창간을 기념해 특별 부록으로 펴낸 『평양에 핀 진달래꽃』(통일문학사)도 가치 있는 책이다.

권영민 교수가 펴낸 『평양에 핀 진달래꽃』은 한국 근현대 시문학사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는 김소월 시인에 대한 북한쪽의 대표적 평론을 모은 것이다. 1945년 이후 2000년까지 북한 문학계의 변화를 김소월 시인을 통해 살펴보게 한다.

올해 탄생 1백주년을 맞는 김소월 시인에 대한 평가가 시대별로 다른 모습을 띠기에 흥미를 더한다.

북한에서 60년대까지 활발한 연구가 계속되며 소월은 20년대를 대표하는 민족 서정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70~80년대 이른바 주체문학 시기에 그는 평가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80년대 후반 이후 복권되었다. 2000년에 나온 최근의 평가에선 소월을 '비판적 사실주의'라는 항목에 분류하며 민족적 서정의 긍정성을 다시 짚어내고 있다.

'비판적 사실주의'라는 명칭에서 보듯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의 전단계로서의 긍정성을 상대적으로 인정한다는 자세다.

20세기 우리 민족의 공동 자산이랄 수 있는 소월의 문학에 대한 남북한의 접근 방법의 차이는 같은 작가와 작품이라 해도 이념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평가되는지를 보여준다.

남한에선 소월의 시적 성취를 주로 형식면에서 주목해 왔다. 한국 근대 자유시의 서정성과 형태가 소월에 의해 일단 정착되는 것으로 파악하며, 그 시의 리듬과 형식이 우리의 전통 율격과 어떤 관련을 갖는가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반면 북한에선 내용면에 관심이 많았다. 일제 식민지 시절 민족과 민중의 비극적 삶을 그의 시가 얼마나 잘 나타냈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래서 남한에서 '진달래꽃'이 인기 있는 것에 비해 북한에서는 '초혼(招魂)'에 훨씬 더 주목한다.

20년대 활동했다 월북한 시인 박팔양의 문학세계를 조명한 글을 기고하기도 한 권교수는 "『평양에 핀 진달래꽃』과 '통일문학'등을 통해 남북 쌍방간에 문학적으로 잘못된 것은 지적하고 잘 한 것은 수용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 자료엔 소월의 생몰연대가 1902~1934로 바로잡혔다. 권교수는 남한의 연구 성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2000년 이전의 책에서 북한은 고집스럽게 1903년 출생, 1935년 사망으로 표기해 왔다고 한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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