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사찰 맞물려 '내년 위기설' "대화로" 설득 주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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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는 10일로 잡혔던 미국 특사의 평양 방문이 끝내 무산되자 향후 북·미관계와 남북 당국대화의 구도가 어떻게 짜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3일 "북한이 일찍 특사 수용과 관련한 답을 줬다면 서해사태에도 불구하고 방북이 성사됐을 것"이라며 "도대체 북한을 이해할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특사 방북이 완전히 무산된 게 아니라 연기된 것이란 설명을 제시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북·미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외교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요할 경우 정부 고위 관리를 워싱턴에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이런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북·미대화의 단절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가뜩이나 남북대화마저 재가동하지 못해 어수선한 한반도의 위기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월드컵과 평양 아리랑축전이 마무리되는 7월 당국회담 재개를 추진한다는 복안이었고, 북·미대화가 여기에 보탬을 줄 것으로 기대해 왔다.

이와 함께 북한 해군의 서해상 도발로 촉발된 긴장상태가 조기에 진화되지 않으면 미국내 강경파의 입지가 다져지고 대북 압박론이 득세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더구나 내년은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유예 시한이 끝나는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과 경수로(輕水爐)발전소의 완공 목표시한이 몰려 있어 '2003년 위기설'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는 북한의 서해도발과 미국의 특사파견 철회를 둘러싸고 한·미 간에 대북 접근을 둘러싼 이견이 있는 것으로 비춰질까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대화를 통해 북한과의 문제를 풀어간다는 원칙에는 한·미 간 큰 이견이 없다는 점을 들어 외교적 조율을 거쳐 양국 공조가 다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金聖翰)교수는 "미국이 지난 한달반 동안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국방부 관리, 비확산전문가들이 참가한 내부토론을 통해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면서 "특사파견 철회가 곧 대화의 완전 단절이나 대북 압박·고사(枯死)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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