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프로팀 가지만 한국 계속 돕고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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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거스 히딩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외국 클럽팀 사령탑으로 부임하되 한국 축구와의 관계는 계속 유지하는 방향으로 진로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독일의 월드컵 결승전 관전을 위해 출국했던 히딩크 감독은 2일 귀국해 "각종 리그가 잇따라 벌어져 매일같이 운동장에 설 수 있는 유럽의 클럽팀이 나의 도전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2004년 올림픽과 2006년 월드컵을 맞아 한국 대표팀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히딩크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을 그만두고 한국을 떠나겠으며, 그렇더라도 비상근직인 기술고문 등의 역할을 통해 한국 축구와는 계속 밀접한 관계를 갖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했다. 히딩크 감독이 언급한 외국 클럽팀으로는 네덜란드의 PSV 아인트호벤이 유력하다.

영국의 BBC방송과 축구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사커리지닷컴(www.soccerage.com)은 1일 그의 말을 인용해 "히딩크 감독이 아인트호벤의 감독을 맡을 것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BBC 등은 "히딩크 감독이 금요일(5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몇 가지 잔무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히딩크 감독과 아인트호벤은 오는 주말께 계약서에 서명할 것이며 계약기간은 2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히딩크 감독과 아인트호벤은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1986년 지도자로서는 첫 팀인 아인트호벤 사령탑에 부임한 히딩크 감독은 88년까지 3년간 네덜란드 리그 3연패를 이뤘으며, 88년에는 유럽 프로축구 챔피언스리그의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의 아인트호벤행 이야기는 월드컵 기간에 처음 나왔으며, 히딩크 감독은 "대회 중에는 대표팀에만 전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아인트호벤행 보도에 대해서는 "너무 이른 보도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아인트호벤 외에도 몇개 클럽이 관심을 표해 다음주 네덜란드로 출국한다"고 말했다.

한국 잔류 가능성에 대해 히딩크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맡았던 기간은 참 소중했고, 현재 축구협회와 어떻게 관계를 유지할지 논의 중"이라며 "외국 클럽팀과 접촉하면서 내가 내세우는 조건 중 하나가 한국 축구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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