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해도발]軍 작전실수 問責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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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달 29일 서해 교전 때 우리 군이 작전 실수로 기습 공격한 북한 경비정을 격침시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문책 대상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서해 교전에 대한 종합평가를 하고 있는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작전 실수의 핵심 쟁점은 북한 경비정을 격침시킬 수 있는 76㎜ 함포 등으로 무장한 초계함(PCC)이 교전이 끝날 때까지 왜 유효사거리 내에 접근하지 못했느냐는 점이다.

2일 합참과 해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북한 경비정 두척이 오전 9시54분과 10시1분 각각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자 해군 2함대사령부는 연평도 인근 해상에 있던 고속정 편대와 함께 초계함 두척에도 출동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은 2함대사령관(소장)의 지시에 따라 작전참모(대령)가 보안 기능을 갖고 있는 텔리타이프(TT)로 하달했으며, 초계함에는 '고속정에 대한 지원 태세를 유지하라'는 내용의 출동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명령이 떨어졌을 때 초계함의 위치는 군사보안 사안이어서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초계함은 기습 공격을 한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해 교전을 끝내고 북상할 때까지인 49분 동안 76㎜ 함포 유효사거리인 8㎞ 이내로 접근하지 못했다.

합참 발표에 따르면 초계함 두척은 이날 오전 10시43분 북한 경비정에서 각각 12㎞와 13.5㎞쯤 떨어진 지점에서 76㎜ 함포를 발사했고, 이 때 북한 경비정에서 "쾅"하는 폭발음과 함께 시커먼 화염이 일어났다. 이후 초계함들은 모두 40발의 76㎜ 함포를 발사했다.

76㎜ 함포는 최대 분당 84발을 발사할 수 있는데, 첫 발사 때부터 우리 해군의 사격이 끝날 때까지 8분이나 남았음에도 왜 분당 최대 발사수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포탄만을 발사했는지를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비태세검열실은 출동했던 초계함 두척의 위치와 조치 사안 등을 기록한 '상황일지'를 받아 ▶출동 지시 후 즉각 기동했는지▶기동 때 가스터빈을 사용했는지▶교전 때 추적기동하면서 함포를 발사했는지 등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계함은 가스터빈을 사용하면 25~30노트의 속력을 냈으나, 평소처럼 디젤엔진을 사용하면 15노트 안팎의 속도만을 낼 수 있다. 한편 이같은 군사 작전상의 실수와 더불어 햇볕정책과 정쟁의 사이에서 군마저 느슨한 대응을 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군 수뇌부와 정치권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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