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왜 NLL 문제 들고 나오나 北·美협상 주도권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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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이 서해상에서 교전을 도발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30일 "북방한계선(NLL)을 제거하지 않으면 군사정전위원회 개최에 응하지 않겠다"고 통보해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당국은 북측의 주장이 서해 5도 일대의 수역이 불분명해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로 이번 사태를 규정지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향후 NLL 문제를 북·미회담의 테이블에 올림으로써 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속셈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1999년 6월 연평해전 직후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간 장성급 회담에서 서해 해상의 경계선 재설정을 요구하면서 북측이 마련한 경계선 방안을 들고 나왔다.

<그림 참조>

특히 해상경계선 문제는 남북 간에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유엔사 측의 입장에 "정전협정 주요 내용이므로 미군 측과 논의해야 한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이어 그해 9월에는 북한군 총참모부 특별보도를 통해 NLL을 부정하고 새로운 해상분계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NLL을 한번도 인정한 적이 없다는 북한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59년 11월 발행한 북한의 조선중앙연감은 NLL을 그대로 군사분계선으로 지도에 표기했으며 84년 북한이 수해 구호물자를 남쪽에 지원하면서 남북 선박 간의 접촉점을 NLL로 했고, 97년 2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남북한 비행정보구역(FIR)을 NLL에 맞춰 설정할 때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92년 체결된 남북 기본합의서에도 양측이 합의해 해상경계선을 확정할 때까지는 NLL을 실질적 군사분계선으로 한다는 조항이 있다.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 Line)=유엔 측에서 우리 함정·항공기의 초계활동에서 북방한계를 제한할 목적으로 53년 8월 30일 설정한 사실상의 해상경계선.

정전협상 당시 서해 해역 관할에 대한 유엔사 측과 공산군 측의 이견으로 5개 도서를 유엔군 측 관할에 둔다는 내용만 합의됨으로써 유엔 측은 일방적으로 NLL을 선포했다.

당시 북측은 해군력이 미약해 60년대 후반에서야 NLL 북방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했고, 73년 10월 서해상에서 남북 간 해상충돌이 있은 직후 열린 군정위에서 처음 문제를 제기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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