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사죄하고 회담에 응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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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은 서해 교전 사태를 '남조선의 선제 공격에 따른 자위적(自衛的) 조처'라고 강변, 사실을 정반대로 왜곡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정전협정 위반 사건을 공동 조사하자는 유엔사의 제의에 북방한계선(NLL)을 먼저 제거해야 응할 수 있다는 엉뚱한 답변으로 거부했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스스로 모순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 주장의 허구성은 그제 나온 북한 해군사령부 대변인의 해명에서 명명백백하게 드러난다. 우선 북측은 '남조선군 당국자들이 북남 화해와 통일 열기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 군사 도발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남쪽에선 햇볕정책에 물든 '정치 군인들'이 안보 태세를 이완시킨 결과 이번과 같은 엄청난 피해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는 현실을 직시한다면 북측 주장의 궤변(詭辯)은 분명해진다. 북측은 교전 수역에 배치된 함선의 수적 열세 속에 북측이 선제 공격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만일 북측 주장대로 우리 측이 선제 공격했다면 전자유도포(砲)에 의해 정확한 타격을 받게 된 북측 함선이 어떻게 피해를 받지 않고 손조작에 의한 포 공격으로 반격해 우리 고속정의 심장부를 맞힐 수 있었겠는가. 북측은 남측이 선제 공격했다고 믿는다면 즉각 회담을 제의, 남쪽의 책임을 왜 당당하게 따지지 않는가. 더군다나 노동신문 등은 선제 공격을 받고도 우리 고속정을 격침시킨 이 '승전보'를 5면에 보도할 수 있는가.

다음으로 북측은 NLL을 '비법적인 유령선'이라고 말했지만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에서 사실상 북은 NLL을 인정했다. 북한이 이의 현상 변경을 원한다면 남북 군사 당국자 회담에 응해 협의하는 게 정도다. 그런데도 북한은 이를 기피하고 있다. 북측은 우리의 월드컵 4강 진출을 축하하는 서신을 보내는 양동작전을 펼 것이 아니라 이 교전의 진상을 밝히고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 군사 당국자가 머리를 맞대고 재발 방지 대책을 슬기롭게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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