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정부,우발사태로 봐선 절대 안돼" 민주당 "책임 따지기보다 수습 힘모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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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의 서해도발 사태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각당 지도부는 30일 잇따라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들을 위로한 뒤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한나라당=이회창(李會昌)대통령후보는 이날 오전 서청원(徐淸源)대표 등 지도부와 함께 분당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 李후보는 조문록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고귀한 영령이시여 고이 잠드소서"라고 쓴 뒤 유가족들을 껴안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아들들이 있어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부상자들이 입원한 병실에선 "모든 국민에게 용감한 수병의 모범을 보여줬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으니 용기를 잃지 말라"고 위로했다.

李후보는 기자들에게 "평화는 평화고 안보는 안보"라며 "정부가 이번 사태를 북한군의 우발적 행동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큰 문제"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주문하며 "대통령은 유가족과 부상자를 먼저 위로한 뒤 일본을 방문하는 게 옳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노무현(盧武鉉)대통령후보는 한화갑(韓和甲)대표 등 최고위원·당직자 20여명과 국군수도병원을 찾았다. 盧후보는 유족들에게 "어떻게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盧후보는 이어 부상자 병실을 찾아 "전투 상황에서 목숨을 건진 게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며 "몸조리 잘해 조속히 완쾌하길 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면서도 한나라당이 이번 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할 것을 경계했다.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연이틀 성명을 내 "북한은 서해도발의 진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며 "정부도 대북 안보자세에 이완이 없었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일에는 정세현(丁世鉉)통일부 장관을 참석시켜 긴급 당정회의를 열기로 했다.

韓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테러 이후 미 국회와 언론 등 온 나라가 일치단결했던 것처럼 우리 정치권도 책임론을 거론하기에 앞서 정부의 사태수습부터 도와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대응을 비난했다.

◇자민련=김종필(金鍾泌)총재도 이날 당직자 10여명과 함께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이같은 불행한 사태가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데 나의 여생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유운영(柳云永)대변인 직무대리는 논평을 내고 "이제 정부도 북한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주적이란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신홍·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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