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α’사라진 세종시, 부동산은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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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충남 연기군 금남면 대평리에 있는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투자가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9일 오후 3시 충남 연기군 금남면 대평리 D부동산 중개 업소. 40∼50대 남성 3명이 이 업소 곽일순(44·여)사장에게 30분 동안 세종시(행정도시) 주변지역 땅값 동향과 전망을 물었다.

곽 대표는 “수정안 추진 논란이 한창이던 올해 상반기만해도 투자 문의조차 없었다”며 “(세종시 수정안)부결 이후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플러스 알파(+α)’ 가 없던 일이 된 이후 세종시와 주변 지역 부동산 시장은 활기를 띠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플러스 알파는 세종시의 자족기능 강화를 위한 기업·대학 유치, 세제 혜택 등을 말한다.

세종시내 이주자 택지 분양권은 지난달 3500만원에서 이달 들어 3700만으로 200만원 상승했다. 주변지역인 금남면 D아파트의 경우 75.9㎡(23평형)이 최근 1주일 이내에 500만원 오른 9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세종시에서 10㎞떨어진 연기군 조치원 읍 죽림리 신동아 아파트의 경우 105.6㎡(32평형)규모의 아파트가 수정안 부결 이후 1000만원 오른 9500만원에 팔렸다. B부동산 중개업소 이윤호(52·여)씨는 “세종시 부결 이후 문의전화가 하루 20여건으로 지난달보다 50%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연기군 조치원읍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말 800여 가구에서 현재 45가구로 크게 줄었다.

세종시 주변을 포함한 연기군 땅값도 기지개를 켤 조짐이다. 세종시 주변지역 논·밭 가격은 현재 40∼20만원으로 2년 전에 비해 10만원 이상 떨어진 상태다. 연기군 남면 금호부동산 박노신(55)대표는 “땅값 문의전화가 하루 5건 이상 걸려오는 등 분위기가 6월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고 귀뜸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정안 부결로 세종시 건설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진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연기군 금남면 K부동산 대표 김지영씨는 “단기적으로 볼 때 부결된 수정안에 투자 유인 요소는 더 많았지만 주민들은 원안 추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주민인 안원종(54·연기군 남면 눌왕리)씨는 “수정안 내용과 상관없이 정부에 대한 불신이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라며 “법으로 정해진 원안 추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주민들도 아파트나 땅값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대 사회교육원 윤정웅(64·부동산학)교수는 “전국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 세종시 지역만 땅이나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조만간 잠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연기=김방현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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