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 돈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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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강남 개포지구 재건축 용적률을 평균 2백% 이하로 제한했다. 지난 11일에는 재건축 안전진단을 신청한 38곳 중 27곳에 대해 개·보수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기존 용적률이 2백% 이상인 고층아파트나 사업성이 낮은 일부 중층 단지가운데 리모델링 쪽으로 방향을 트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모델링 수익성 있나=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호아파트 14동(53평형 96가구)은 지난 20일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리모델링 시공사로 결정했다.

삼성이 제시한 사업계획에 따르면 전면 발코니 옆 침실을 확장하고 후면 발코니를 새로 추가, 실제 사용면적을 8.95평 넓힌다. 인테리어·엘리베이터 등을 개보수한다. 가구당 분담금은 부가세를 합해 1억원 정도이고 이 아파트 시세가 5억1천만~5억5천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총 투자비는 6억1천만~6억5천만원이다.

인근에서 지난해 9월 입주한 현대멤피스 59평형이 7억5천만~8억원 선이므로 면적증가와 리모델링 후 가치 상승을 감안했을 때 1억원 이상 잠재 수익이 예상된다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현재 용적률이 2백10%선인 이 아파트를 재건축한다면 최대 용적률 2백50%를 적용해도 일반분양분이 거의 없어 평당 2백70만원의 공사비를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한다. 리모델링(12개월)보다 사업기간이 3~4년 이상 길어져 금융비용 부담도 크다.

<표 참조>

리모델링 시범사업인 서울 마포구 용강동 시범아파트의 경우 가구당 7천7백만원 이상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아파트 18평형 시세가 1억원이므로 총 투입비는 1억7천7백만원. 리모델링하면 발코니 설치 등으로 기존 18평형(분양·전용면적 동일)이 22.3평으로 늘어난다.

인근 용강동 한강삼성래미안 24평형이 2억1천만~2억7천만원이지만 래미안의 경우 지하주차장이 있는 새 아파트인 점을 감안하면 시범아파트의 리모델링에 따른 수익성은 본전 정도라는 게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활성화는 '글쎄요'=리모델링 활성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사업성이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처럼 가구수를 늘릴 수 없어 사업비를 모두 조합원이 부담해야 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주민들이 재건축할 때 높은 수익성만 염두에 두다 보니 공사비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몇 년 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해온 서울 동부이촌동 점포·리바뷰·렉스 등 상당수 아파트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현재는 리모델링하려면 모든 가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감안, 새로 제정되는 주택법에 주민 동의율이 80%를 넘으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을 넣었으나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며 법 제정이 지연되고 있다.

주공 관계자는 "법 제정과 함께 특별수선충당금이나 소득공제·매도청구권 행사로 인한 취득·등록·양도세 면제 등 관련 세제 지원 등도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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