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궁중 造花 42점 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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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조선시대 각종 행사에서 쓴 조화(造花)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단순한 장식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문화라고 할 수 있지요."

조선조 궁중에서 쓰던 모조 꽃인 채화(綵花)를 10여년간 연구해온 대구대 김태연(金泰燕·54·주거환경디자인과)교수가 '궁중 상화(宮中 床花)재현전'을 연다. 상화는 왕실의 각종 행사때 음식상 위에 올려 장식을 하는 꽃으로 종이나 비단으로 만들었다.

金교수는 조선 정조 때인 1795년 열린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기록 '원행을묘정리의궤'(園行乙卯整理儀軌)의 제4권 채화편에 나오는 19종 42점의 꽃을 직접 만들었다.

그는 26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 복분자화(산딸기꽃)·과자화(오이꽃)·삼층대수파련(삼층짜리 연꽃)등을 회갑연 음식과 함께 상에 차려 선보인다.

金교수가 채화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79년. 아름다움에 이끌려 꽃을 좇다 조화쪽으로 눈을 돌렸다.

"각 지역의 별신굿을 보면서 의식에 사용되는 조화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었지요."

그는 이때부터 배낭을 메고 동해·남해 등 별신굿이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녔다. 불교의식 때 쓰는 종이꽃인 지화(紙花)에서 궁중 채화까지 연구 범위를 넓혔다. 그는 "태평성대·부귀영화·자손번창·장수 등의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는 채화는 우리 민족의 생활양식과 정신세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서해안의 별신굿을 더 공부하는 등 채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해 훌륭한 우리 문화를 후세에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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