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스는 누구인가 : 온건파 수장… 93년 오슬로 협정 주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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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이스라엘 독립과 건국과정에 60년 정치인생을 바쳐온 정계의 현역 최고원로다. 두차례에 걸쳐 총리(1984~86년, 95~96년)를 역임했고 외교·국방·재경 등 주요 장관직만 열차례 역임했다.

벨로루시 출신의 유대인인 그는 12세 때 가족과 함께 팔레스타인에 이민해 20세인 43년 청년노동운동당 위원장으로 독립투쟁에 첫발을 내디뎠으며 주로 병참업무에 두각을 나타내 건국 전후 이스라엘 정부의 해외무기 구매 책임자로 활약했다.

53년 국방부 부장관 재직 당시 프랑스로부터 원자로 건설기술을 지원받아 이스라엘의 핵보유 기반을 닦은 것으로 유명하며 76년에는 팔레스타인의 유대인 여객기 납치사건에 특공대를 파견해 구출해낸 '엔테베 작전'으로 이스라엘 전쟁사에 족적을 남겼다.77년 노동당 당수로 선출된 이래 타협과 대화를 통한 이·팔 분쟁 해결을 주장해왔다.

93년 두번째로 외무장관을 맡아 이츠하크 라빈 당시 총리·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수반과 손잡고 팔레스타인의 자치와 영토의 점진적 반환,테러근절 등을 원칙으로 하는 오슬로 협정을 성사시켜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했다.95년 라빈 총리가 극우파에 암살된 뒤 페레스 총리는 오슬로 협정을 부인하고 아라파트 수반을 축출하려는 샤론 총리 등 강경파들에 제동을 걸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추구하는 온건파의 대표자로 활동하고 있다.

샤론 총리는 이같은 페레스 장관의 견제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으나 페레스 장관의 국제적 지명도가 이스라엘의 대외정책에 중요한 기능을 할 뿐 아니라 노동당이 연정에서 탈퇴할 경우 내각이 붕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면대결은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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