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되는 一黨 지배 지방자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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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13 지방선거 결과와 그 이후 벌어지고 있는 행태를 놓고 지방자치제의 위기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볼모로 잡혀 주민들의 무관심과 극심한 표쏠림 현상을 부르는 바람에 견제와 균형이란 자치 원리가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퇴임을 앞둔 단체장의 '내사람 챙기기'식 선심인사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논공행상·보복 인사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퇴임 직전의 단체장이 특혜성 공사를 발주하거나 인·허가 사항을 결정해 물의가 빚어지고 있는가 하면 어떤 당선자는 전임자 시절 이미 수십억원을 투자한 사업을 백지화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전임자가 진행해온 사업을 새 당선자가 재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나 소속 정당이 다르다거나 자신의 공약과 배치된다는 이유 등으로 사업을 중단시킨다면 그 혼란과 예산 낭비는 모두 주민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같은 문제가 더 걱정되는 것은 수도권과 영남은 한나라당이, 호남은 민주당이 단체장과 의회를 휩쓸면서 사실상 일당 지배체제를 이루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구의 경우 시장과 구청장 8명 전원, 시의원 27명 중 26명을 한나라당으로 채웠고 광주는 시장과 구청장 5명 중 4명, 시의원 19명 중 18명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정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기를 어떻게 기대하며, 단체장의 전횡과 비리는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2기 단체장 20%가 사법처리된 경험이 있지 않은가.

의회가 감시하지 못하면 주민이라도 나서야 하나 제도는 아직 미흡하기 짝이 없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에 대해 주민이 해직을 청구하는 주민소환제 도입을 서두르고, 주민투표법과 주민감사청구제도 현실성 있게 고쳐야 한다. 행정자치부의 공직사회 기강 특별감찰만으로는 병이 깊어진 지방자치의 환부를 치료하기에 어림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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