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앞 광장 개방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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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길거리 응원의 메카로 떠오른 서울 시청 앞을 시민광장으로 꾸미는 방안이 조심스럽게 검토되고 있다.

이명박(明博)서울시장 당선자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시청앞·대학로·광화문 등 어디가 될지는 모르지만 서울 도심에 시민들을 위한 광장을 만드는 것을 연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선자는 시청과 플라자호텔 사이의 4천여평 공간에 야외극장과 녹지공간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건설안전관리본부와 교통관리실도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당선자 캠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세종로에 시청앞 광장과 덕수궁·시립미술관 등 인근 시설물을 잇는 횡단보도를 만들어 지상으로 걸어다닐 수 있게 하는 등 자동차가 아닌 보행자 중심으로 환경을 바꿀 계획이다. 당선자는 "시청앞뿐 아니라 가능한 곳이면 어디든지 시민의 공간으로 돌려주고 서울 시내 곳곳에 녹지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청앞 광장은 지난 10일 월드컵 한-미전 당시 반미시위를 막고 광화문 일대의 응원단을 분산하기 위해 처음 개방됐다.그러나 이곳은 하루 10만~15만대의 차량이 오가는 도심 교통의 심장부로, 최근 한국 경기 때마다 교통이 통제돼 퇴계로·을지로·세종로 일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광장이 들어설 경우 차량 흐름을 우회시켜야 하는 등 교통 혼잡이 예상돼 당선자의 구상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도심 광장이 각종 집회·시위 장소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이에 앞서 1996년 조순 시장도 시청앞에 시민광장을 조성하려 했으나 교통 흐름에 지장이 많아 단념했다.

시 관계자는 "시청앞을 시민광장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제공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교통문제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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