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SE지수 한국비중 늘려 맥빠진 증시 효험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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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24일부터 세계 기관투자가들이 주요 투자 잣대로 삼는 FTSE 지수에서 차지하는 한국 주식 비중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 매수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여 맥빠진 증시에 원군이 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FTSE지수에 하나은행 등 국내 8개 종목이 새로 편입되고 기존 종목들의 투자비중도 확대된다.

<표참조>

한국증권업협회는 "이번 조치로 FTSE 세계 지수에서 한국 비중이 0.66%에서 0.77%로, FTSE 아시아·태평양 지수에서 한국 비중은 14.22%에서 14.63%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FTSE(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지수는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 런던증권거래소가 1995년 공동으로 설립한 FTSE인터내셔널사에서 발표하는 지수로, 모건스탠리의 MSCI 지수와 함께 세계 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FTSE지수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결정하는 펀드들은 주로 영국 등 유럽계 자금으로 자금 규모는 약 2조5천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UBS워버그증권 이승훈 부지점장은 "한국비중 확대는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원경제연구소는 "이번 비중 조정으로 국내 증시에 4억2천3백만달러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UBS워버그증권도 최근 이번 조치로 국내에 3억6천6백만달러의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비중이 늘어나는 삼성전자 보통주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원경제연구소 방원석 연구원은 "당분간 외국인들이 신규 편입종목들을 많이 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들 종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신규종목에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21일 하나은행을 79억원어치 순매수했으며, 한미은행(55억원)·현대모비스(28억원)·현대건설(11억원)·현대백화점(8억원) 등을 많이 샀다.

이에 따라 이날 현대백화점이 4.7% 뛴 것을 비롯해 하나은행·현대모비스·한미은행·신세계우B 등도 올랐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비중확대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들어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FTSE지수가 MSCI지수보다 영향력이 떨어지고, FTSE지수를 투자잣대로 쓰는 펀드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또 FTSE지수 조정은 뒷북치기 성격이 강하다고 말한다. 한화투신운용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은 이번에 비중을 늘리거나 새로 편입한 종목들을 이미 많이 사놓았다"며 "FTSE지수 조정은 때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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