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청산' 주도권 경쟁:민주당 수습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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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민주당이 부패 청산 장치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등돌린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선 'DJ(김대중 대통령)와의 차별화'가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위 당직자는 22일 "金대통령이 아들 문제에 대해 사과한 만큼 이젠 당이 앞장서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면 8·8 재·보선도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노무현(盧武鉉)대통령후보가 앞장서는 '그림'을 구상 중이다. 다음주 盧후보 일정도 여기에 집중돼 있다. 24일 천정배(千正培)·신기남(辛基南)·이미경(李美卿)의원 등 쇄신파 의원들과 부패청산대책 간담회를 갖는 데 이어 부패방지위원회 방문과 '투명성 포럼' 등 시민단체와의 간담회(26일) 등이 줄줄이 잡혀 있다. 여기에서 수렴된 내용을 토대로 '부패 청산 프로그램'을 발표할 계획이다. ▶대통령 친인척 및 고위 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대통령 친·인척의 재산공개▶정치자금 모금 및 집행의 투명화 같은 방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고민은 남는다.제도적 장치만으로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 있겠느냐는 점 때문이다. ▶DJ 장남 김홍일(金弘一)의원 탈당▶아태재단 해체·사회환원▶인적 청산 같이 DJ와의 절연(絶緣)을 상징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선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당내 비주류,특히 동교동계 구파의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자칫 당내 갈등과 세력간 다툼이 재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盧후보는 21일 DJ의 사과성명이 나오자 구체적 논평을 삼간 채 "좀 더 기다려보자"며 물러섰다. 한화갑(韓和甲)대표의 기자회견도 취소됐다. 한 당직자는 "청와대의 후속조치를 기다려보자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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