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자 "안정환과 재계약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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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역전 골든골을 터뜨린 안정환(26)이 이탈리아의 소속팀 페루자에서 버림받았다.

페루자의 루치아노 가우치 구단주는 20일(한국시간) 이탈리아의 민간방송 '라7'과의 인터뷰에서 임대계약 중인 안정환과 재계약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안정환에 대한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가우치 구단주는 "안정환이 처음 우리 팀에 왔을 때 샌드위치조차 사먹을 돈이 없는 길잃은 염소같은 신세였다"고 폄하하면서 "팀에서 아무런 하는 일도 없이 이제 부자가 됐으며 월드컵에서는 이탈리아 축구를 망쳤다"고 비난했다. 이달 말로 임대계약이 끝나는 안정환과의 재계약 여부를 묻는 질문에 가우치 구단주는 "안정환과 재계약하려면 1백53만달러(약 20억원)나 지급해야 하는데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또한 "한달에 48달러밖에 벌지 못하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도 했다.

이런 사실에 대해 국제축구연맹(FIFA)의 키스 쿠퍼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안정환과 페루자의 관계는 둘간의 노사문제로 월드컵과 상관없다"면서도 "이탈리아전 골든골이 해고의 결정적 이유라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거스 히딩크 한국대표팀 감독은 이날 이같은 소식을 전해듣고 "비판은 환영하지만 우리 선수들을 비난한다면 그걸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만약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맞붙었는데 드자이(잉글랜드 첼시 소속)가 골을 넣었다고 해서 그렇게 말하지는 않는다"면서 "정말 유치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BBC는 가우치 구단주가 이후 "안정환의 방출은 그가 터뜨린 골든골 때문이 아니라 '한국 축구가 이탈리아보다 훌륭하다'는 발언으로 이탈리아 전체를 모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안정환은 이에 대해 "결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나는 지금까지 모든 인터뷰를 한국말로 했는데 만일 그런 말을 했다면 한국 기자들도 다 들었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전=장혜수,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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