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7대 이변" AFP통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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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구촌 여기저기에서 "코리아, 원더풀!"을 외치는 함성이 터져나왔다.심판의 판정을 문제삼는 목소리는 "한국팀, 너무도 달라졌다"는 평가에 금세 묻히고 말았다.

◇한국은 '붉은 현기증'="거리는 온통 붉은 물결이다. 수백만이 참례한 제전(祭典)같다."

아르헨티나의 일간 라 나시온은 '붉은 현기증'이란 제목으로 월드컵 8강 신화를 창조한 한국의 '길거리 응원' 문화를 특집기사로 다뤘다. 신문은 "지금 한국의 거리를 뒤덮고 있는 붉은 물결은 1987년 민주화 시위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자율성과 비조직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네덜란드도 환호=히딩크 감독의 조국 네덜란드는 18일 환호로 들썩였다. 암스테르담 시민들은 한국팀이 우승후보인 이탈리아를 누르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흥분했다. 경기가 생중계되던 18일 낮 헤이그시는 텅비어 있는 느낌이었다.수많은 시민들은 와인바 등에 모여 한국-이탈리아전을 시청하며 일희일비했다.

◇"편파 판정 못참아"=이탈리아팀의 라파에리 라누치 단장은 "한국이 무슨 조치를 취한 것이 분명하다.내 평생 그런 저질 심판은 처음 봤다"라며 심판 판정에 분통을 터뜨렸다고 영국의 인디펜던트지가 18일 보도했다.

이탈리아 유학생 신재희씨도 19일 중앙일보에 보낸 e-메일에서 "이탈리아 언론은 지금 한국-이탈리아전의 주심 바이론 모레노를 '위대한 코미디언'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신씨는 이어 "안정환 선수의 골든골이 터지자 경기를 중계하던 캐스터가 '아,빌어먹을 한국,지긋지긋하군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교민들 비상=이탈리아 주재 한국대사관은 18일 "공공 장소의 출입을 삼가달라"고 교민들에게 당부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흥분한 이탈리아인들이 대사관 앞에서 경적을 울리는가 하면, 대사관 정문을 발로 차고 있다"며 험악한 현지분위기를 전했다.

◇르 피가로지 보도=프랑스의 르 피가로지는 19일 "이탈리아에서는 모레노 주심에 대한 비난이 난무하고 있으나 그는 전적으로 영예로운 경기를 만들어 낸 당사자"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탈리아는 고통 속에 승리를 쟁취하고,(패배의)운명을 거부하던 승리의 문화를 상실했다"며 "이탈리아는 더 이상 이탈리아답지 않다"고 지적했다.

◇'극적 역전극' 탓에 오보 소동=영국 일간 이브닝 스탠더드의 데이비드 본드 기자는 마감시간에 쫓긴 나머지 한국-이탈리아전의 후반 35분까지만 경기를 본 뒤 "이탈리아가 한국을 1-0으로 누르고 8강전에 진출했다"라고 송고했다. 스탠더드는 비에리 선수의 헤딩골 장면 사진을 크게 싣고,'이탈리아, 스페인과 4강 다툼'이라고 제목을 붙이는 세계적인 오보를 했다.

◇'한국의 伊 격파'는 월드컵 7대 이변=AFP통신은 한국의 이탈리아 격파를 '월드컵 역사상 7대 이변' 중 하나로 꼽았다.'7대 이변'에는 세네갈의 프랑스 격파와 1966년 북한의 이탈리아전 승리(1-0) 등이 포함됐다.

진세근·박소영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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