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촌 재개발 시행사, 부도어음 회수 위해 "예보 임원 상대 금품로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부천시 신앙촌 재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 재개발 시행사인 기양건설산업측이 부도어음 회수를 위해 예금보험공사 임원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시도했다는 관계자들의 진술이 잇따라 이들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18일 기양측 관계자는 본지 기자에게 "기양측의 브로커 역할을 한 金모(57)씨가 전 재개발 사업자인 세경진흥의 부도어음 매입을 위해 회사로부터 3천만원을 받아 전직 재경부 직원 金모씨를 통해 예보 담당 임원에게 돈을 전달하려고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金씨측은 "이전부터 알고 있던 이형택(李亨澤)전 예보 전무를 지난해 초 만나 부도어음을 매입할 수 있도록 부탁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며 "이후 기양의 부회장 延모씨가 재경부 출신 고교 동창과 함께 예보의 한 임원에게 금품 로비를 해 일을 성사시켰다"고 주장했다.

재개발 사업자인 기양측은 전 사업자인 세경진흥의 부도어음 5백30억원어치를 1백50억원에 인수해 사업을 재추진할 수 있게 됐으며, 이중 예보의 자회사로 편입된 신한종금 보유 어음 91억원어치를 저가에 매입하기 위해 예보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그동안 제기돼 왔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徐宇正)도 양측으로부터 이같은 진술을 확보, 조만간 金씨 등을 소환해 금품 로비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양쪽의 주장이 재경부 출신 직원을 동원해 예보 임원에게 금품 로비를 했다는 부분에서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예보 임원은 "지난해 초 재경원 시절 알고 지내던 전직 직원이 찾아와 부도어음 매입건을 부탁해 '이런 일에 끼지 말라'고 타일러 보냈다"며 "어음 매각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