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투표율 높이기 관련 기사 많이 실었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주엔 국민 모두가 하나가 돼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월드컵은 '길거리 응원'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켰다. 질서있게 펼쳐진 붉은 악마의 거리 응원에 외신들은 연일 '원더풀'을 연발했다(6월 11일자 31면).

'집중해부-길거리 응원'(12일자 8면)은 이 현상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시의적절한 기사였다. 부속기사 '이것이 궁금하다'는 길거리 응원에 참여한 적이 없는 필자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줬다. '길거리 응원을 사회 자본화하자'는 12일자 사설의 제안에도 공감한다.

"월드컵을 통해 한국을 전세계에 알리는 작업은 월드컵 폐막 이후가 진짜 본선"이라는 버슨 마스텔러사(월드컵 조직위 홍보대행사) 매투스 대표의 말(12일자 47면)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줬다.

16강 진출로 더욱 거세진 코리아 열풍이 우리나라가 새롭게 도약하는 추진력이 될 수 있도록 언론이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바란다.

월드컵 열기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선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에 들어온 탈북자를 중국 공안이 강제로 연행하고, 이를 막는 우리 외교관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앙일보는 1개 면(14일자 12면)을 털어 '中공안 한국공관 진입현장', '국제법적 문제점', '우리정부 입장', '중국측 강경입장 배경'등으로 짜임새 있게 처리했다. 같은 날 사설 '중국의 외교적 만행'은 사건의 본질을 아는 데 유익했다. 한국 축구가 16강에 진출한 큰 사건이 지면을 온통 차지한 15일자에도 '한·중 큰 시각차', '한국대사관 침입 파장', '국제사회 반응'등으로 관련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지난주 가장 아쉬웠던 점은 월드컵 열풍에 파묻혀 버린 6·13선거였다. 48.9%의 투표율은 전국 규모의 선거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14일자 1면).

이런 결과는 국민이 정치에 대한 신뢰와 관심을 잃은 현실에 1차적 원인이 있지만, 월드컵에 빠져 있는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소극적이었던 언론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 중앙일보도 마찬가지였다.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성 기사가 전반적으로 부족했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은 심각하다. 지방선거 하루 전인 12일자 1면 톱기사 제목 '부실후보 당선되면 지방살림 또 병든다'를 본 독자 중엔 '제대로 된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메시지와는 달리 차라리 투표를 포기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 사람들도 꽤 있었을 것이다.

당선한 시·도지사의 사진을 배열한 14일자 1면의 처리 방식은 딱딱하고 틀에 박힌 듯한 느낌을 줬다. 독자들이 선거 결과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그래픽도 부족했다. 선거 다음날 지면을 어떻게 꾸며야 할지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월드컵 공동 개최를 계기로 일본이 한층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17회에 걸쳐(5월 16일~6월 14일) 심층취재 기획물로 연재한 '흔들리는 늙은 부국'은 일본 위기의 실상과 원인을 우리의 현실에 적절하게 투영해 가면서 생생하게 전달했다. 일본에 관심있는 독자들이 지침으로 활용하기에 손색이 없겠다.

우리에겐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는 특유의 '냄비 문화'가 있다고들 한다. 이제 흥분은 가라앉히고, 그동안 분출된 국민적 에너지를 더 큰 가능성을 위해 승화시켜야 한다. '월드컵 이후'를 미리 내다보는 중앙일보의 보도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