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자물쇠 캔버스에 붙이니 어, 미술작품 같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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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인간이 자물쇠를 쓰기 시작한 때는'내 것' '네 것'을 가르는 소유 개념이 생긴 뒤다. 거슬러 올라가면 선사시대에 자신과 자기 물건을 지키기 위해 동굴의 입구를 무거운 돌로 막은 것을 시초로 친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켜야 할 소유물이 늘어나고 다양해지니 자물쇠도 발달하게 되는데 그 모양새와 기능이 인류 문명사를 들여다보는 한 구멍이라 할 만하다.

2005년 1월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쇳대박물관(관장 최홍규)에서 열리는 '세계의 자물쇠'는 이렇듯 인간과 함께 해온 세계 여러 나라의 자물쇠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특별전이다.

인류 자물쇠의 기원이라 할 '아프리카 자물쇠'부터 근대 자물쇠의 시작으로 꼽히는 영국산 '실린더형 자물쇠'까지 각양각색 기기묘묘한 자물쇠 꼴이 미술작품 못지 않다. 자물쇠를 큼직한 캔버스에 늘어놓은 벽면(사진) 은 한 폭의 그림같다.

자물쇠가 물질을 지키는 구실만 한 것은 아니다. 마음과 정신을 다스리는 추상적인 잠금 장치로도 쓰였다. 중세 유럽에서 많이 만들던 철제붙박이형 자물쇠와 장식열쇠는 권력.지식.힘.행운을 상징했다. 상서로운 문양과 문자를 새긴 중국의 자물쇠는 주술의 효험을 주는 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우리나라에서 자물쇠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사용된 것으로 어림된다. 한국인은 자물쇠를 안전과 기밀 유지 외에도 가구와 집안을 꾸미는 중요한 장식품으로 여겼다.

특히 열쇠 구멍을 여러 단계의 조작이 필요하도록 복잡하게 만들어 잠금의 은밀함을 살린 비밀자물쇠의 기술이 뛰어나다.

최홍규 관장은 "세계 각국의 자물쇠를 견주어보면 그 작은 물건 하나에서도 인류 문화의 다름과 같음을 널리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02-766-6494.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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