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5년내 붕괴'가설 확산 中 지도부 진화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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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홍콩=이양수 특파원]중국 지도부가 국제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중국 붕괴론'에 대한 정면대응에 나섰다.

홍콩의 친(親)중국계 신문인 문회보는 12일 '미국은 왜 붕괴론을 부추기는가'라는 논평을 통해 중국을 흔들려는 미국의 의도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중국 위협론'에 이어 붕괴론이 나오고 있는 것은 미국의 냉전적 사고와 패권주의 심리를 반영한다는 비판적 분석도 내놓았다.

중국 지도부의 입이나 마찬가지인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최근 장문의 사설에서 "중국 붕괴론은 중국을 둘러싼 국제환경을 악화시키고, 경제발전을 지연시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보도가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과 주룽지(朱鎔基)총리 등 중국 최고위층의 의중을 반영한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朱총리는 지난 3월 붕괴론을 거론하는 미국 경제인들에게 "중국은 (서구로부터)존중받기 바란다"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중국 지도부는 '중국의 정치·경제제도가 5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가설을 방치할 경우 권력교체를 앞둔 정국의 불안은 물론, 해외 투자자들의 동요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과거 중국 위협론을 소홀히 다뤄 결국 외교적·경제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홍콩 명보의 지적처럼 피해의식도 작용하고 있다.

중국 붕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중국 은행들의 엄청난 부실채권과 국내총생산(GDP)의 1.4배로 추정되는 막대한 국가채무,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경제통계 등을 흔히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처음 제기한 재미 화교 고든 창(중국명 章家敦)은 지난해 8월 "중국 경제는 앞으로 금융부실과 무역적자·투자감소 등의 요인으로 베이징(北京)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께 무너질 것"이라는 극단적 주장을 담은 저서 『다가오는 중국의 붕괴』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밖에서만 들리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최대 싱크탱크인 중국과학원의 캉샤오광(康曉光)연구원은 최근 '전략과 관리'라는 잡지에서 "중국은 향후 3~5년간의 권력교체 과정에서 '위험한 평형상태'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심각하고 전면적인 정치·경제·사회 위기가 발생하면 정부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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