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원:무관심 팽배… 분위기 차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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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강원도는 지역색이나 정치색이 엷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전국의 표심을 가늠할 수 있는 곳으로 강원도를 꼽는다. 그러나 투표일이 불과 이틀 남았는데도 강원도는 선거 무풍지대인 듯 차분한 분위기다.

◇가라앉은 선거 분위기=지난 7일 오후 원주시 중앙동 중앙시장에서 모 정당 연설회가 열렸지만 청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장 노점상 모(35·원주시 단구동)씨는 "서민에게 피해만 주는 연설회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평했다. 선거운동원들이 길을 막는 바람에 장사를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오후 9시쯤 원주시내 호프집에서 만난 모(39·원주시 원동)는 "이번 선거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선거 관계자들은 이같은 선거 무관심이 '비리 정국'으로 정치인들에게 큰 실망을 느낀 데다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달라진 정당 구도=10일 오전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성희직(成熙稷)대변인은 '여·야 힘의 균형을 잡아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대통령 아들 게이트 때문에 민주당 도지사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시장·군수도 열세 지역이 늘어났다"며 "무조건 민주당에 반감을 갖지 말고 인물과 능력을 비교해 옥석을 가려달라"는 것이다.

잇따른 정치권 비리로 강원도민의 정당 지지도가 바뀌고 있다. 1997년 대선 이후 강원도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특히 2000년 4·13총선에서 지역구 아홉석 중 다섯석을 차지하면서 민주당의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정치권 비리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노풍(風)'이 거셌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반짝 상승'을 한 이후엔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다.

자민련 세력은 더 약해졌다. 95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를 낼 만큼 기세를 떨쳤던 자민련이 이번 선거에서는 도지사 후보를 내지 못했다. 기초단체장 후보 3명과 도의원 후보 2명을 공천하는 데 그쳤다.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자민련의 침체 분위기를 틈타 이번 선거에서 도지사와 상당수 기초단체장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춘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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