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덜, 미국 살린'거미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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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날씨가 너무 더운 데다 습도도 높아 무척 고전했다. 여러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운좋게 막아냈다.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이 부담스러웠는데 그들과 멀리 떨어진 것이 다행이었다."

한국의 파상 공격을 몸을 던져 막아낸 미국 골키퍼 브래드 프리덜(31·잉글랜드 블랙번)은 진땀을 닦으며 말했다.

전반 8분 김남일의 로빙슛을 손쉽게 잡아내더니 18분엔 설기현의 왼발슛을 멋지게 막아냈다. 그 뿐인가. 40분엔 이을용이 찬 페널티킥을 오른쪽으로 넘어지면서 양손으로 쳐냈다.

프리덜은 "페널티킥을 하기 전 가운데를 지키려는 듯한 페인트 모션을 취했는데 한국 선수가 속은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반전에도 몸을 아끼지 않는 그의 선방은 계속됐다.

후반 26분 최용수의 슛을 넘어지면서 발로 막아낸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 미국 입장에서는 다 질뻔한 경기를 무승부로 이끌어낸 그가 일등공신이다.

운동장을 가득 메운 6만여명의 관중은 그가 몸을 던지며 공을 받아낼 때마다 탄식을 쏟아냈다.

한국의 공격수와 몸을 부딪치면서 공을 잡아내는가 하면 마치 손과 발에 그물을 단 듯 공을 척척 낚아챘다. 미식축구로 말하자면 최고의 '와이드 리시버'이자 '코너백'이라 할 만했다.

프리덜은 미국의 주전 골키퍼지만 지난 1월 열린 북중미 골드컵에는 소속 팀에서 풀어주지 않아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엔 2진격인 케이시 켈러(33)가 전경기에서 수문장을 맡았다.

북중미 지역예선 6경기에 출전,7실점했다. 1994년과 98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월드컵 출전인 베테랑이다.

1m93㎝, 92㎏의 이상적인 체격에 공중볼을 잡아내는 능력이 발군이다. 수비 범위가 넓고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강하지만 순간적인 반사신경이 느린 게 흠이라고 미국팀 감독은 말한다.

1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도 수차례 위기에서 선방하더니 한국전에서도 거미손의 위력을 발휘했다.

대구=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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