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재건축 돈될까 안될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사업성이 떨어져 투자가치가 별로 없다" "무슨 소리. 쾌적한 환경을 만들면 입주 후에는 값어치가 더 올라간다"-.

수도권 알짜 주거지로 꼽히는 경기도 과천 아파트의 재건축 윤곽이 나오자 재건축조합·주민·부동산중개업소·시공사 사이에 향후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과천시는 최근 과천 일대 주공아파트 재건축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총건축면적의 비율)을 저층 단지는 1백90%, 고층 단지는 2백50%로 제한하는 지구단위계획안을 확정, 경기도에 올렸다. 주민들이 요구해온 용적률보다 50~60%포인트 줄어들었다. 이 안은 경기도의 도시계획심의를 거쳐 이달 말 최종 고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과천시의 아파트 재건축 추진방향·절차·투자가치 등을 놓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천은 저층과 고층 주공아파트 1만2천8백60가구 가운데 80%가 지은 지 20년이 넘어 재건축 여부를 놓고 몇년간 논란을 빚어 왔다.

◇용적률 줄어 사업성엔 빨간불=지구단위계획안에 따르면 기존의 저층 단지는 용적률 1백90%, 8~25층으로 재건축을 할 수 있다.고층 단지는 용적률 2백50%, 25층 이하로 묶인다.

저층 단지는 그간 주민들이 요구해온 2백50%를 크게 밑돈다. 과천시 황선구 도시건축과장은 "용적률을 높여 달라는 요구가 많았으나 과천의 특성상 환경친화적 단지를 꾸미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건축을 허용하더라도 신축 가구 수를 최대한 줄이고 평형만 늘리는 방향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재건축 사업성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가구 수가 줄면 일반분양분이 감소해 조합원 부담금은 늘어난다. 하나컨설팅 백준 사장은 "과천 재건축은 용적률 감소로 투자 측면에서는 매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윤곽 잡혀 긍정적이란 시각도=사업성 하락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의 큰 틀이 나왔다는 점에서 길게 보면 호재라는 견해도 있다. 일부 주민들은 용적률을 내리면 쾌적한 단지를 꾸밀 수 있기 때문에 입주 후에는 값어치를 인정받을 것이란 목소리를 낸다.

주공3단지 인근 신세계공인중개사무소 이영보 사장은 "눈앞의 투자가치를 따지는 측과 입주 후의 쾌적성을 좋아하는 주민 사이에 이견이 팽팽하다"며 "재건축 윤곽이 나왔다는 점에서는 어느 측이든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부 단지들은 재건축을 빨리 추진하기 위해 용적률 하락을 대세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3천여가구로 재건축하는 주공3단지의 장명수 조합장은 "용적률이 낮아지는 대신 주거의 가치는 높아지기 때문에 용적률에 얽매이지 않고 사업을 빨리 추진할 방침"이라며 "조합원 부담금에 큰 변화가 없는 범위에서 사업계획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 많아=지구단위계획안을 확정하더라도 과천 재건축이 첫 삽을 뜨기까지는 걸림돌이 많다.최대 관건은 안전진단. 과천시는 1998년 보수를 전제로 향후 7년(2005년)안에는 안전진단이 필요없다는 용역결과를 내놓은 것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도시건축과 관계자는 "7월 이후 재건축 추진실태를 조사한 뒤 세부시행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라면서도 "일부 단지에서 연내 사업승인을 받겠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데 이는 행정기관의 뜻과 무관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3단지 재건축조합측은 98년 이후 건물이 낡아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전문기관의 조사자료를 근거로 지난 5일 시에 예비안전진단보고서를 냈다.

◇단타 매매보다 장기적인 투자 자세 필요=과천 집값은 지난 4월초 기준시가가 54%나 오른 뒤 투자심리가 꺾여 두 달간 약보합세에 머물고 있다.

이같은 시세 흐름은 지구단위계획안 확정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현지 중개업계는 보고 있다. 주공6단지 건우공인중개사무소 하민용 사장은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기준시가 인상과 용적률 하락은 악재지만 재건축방향이 가닥을 잡았다는 점은 호재"라며 "호재와 악재와 겹쳐 큰 가격변동 없이 지금의 흐름이 이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과천의 경우 단기 투자는 줄어드는 대신, 환경을 중시하는 장기 투자자를 중심으로 시장이 다시 짜일 것으로 관측한다.

텐커뮤니티 정요한 사장은 "기준시가 인상에 따른 양도세 부담액이 수천만원에 이르고 사업추진도 오래 걸릴 수 있으므로 단기 시세차익을 내기는 어려워졌다"며 "길게 보고 여윳돈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성종수·박원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