投信,자투리 펀드 통폐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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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투신사들이 자투리 펀드를 대대적으로 정리하는 등 '펀드 덩치 키우기'에 나섰다.

설정액 잔고가 얼마 안되는 펀드들을 떠안고 있어 봤자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어려워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데다 외국계 투신사와 자산운용사에 맞서기 위해선 펀드 대형화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운용 중인 펀드 세개 중 하나는 규모가 10억원에도 못미치는 자투리펀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투신사들 잇따라 펀드 해지=한국투신운용은 10일자로 채권형 펀드 74개와 혼합형 펀드 28개 등 설정액 잔고가 20억원 미만인 펀드 1백2개를 일괄 해지 해 머니마켓펀드(MMF)로 전환한다. 현재 운용하고 있는 펀드 8백9개의 12.6%를 정리하는 것이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잔고 20억원 미만 펀드의 평균 설정액이 현재 5천2백만원 수준에 불과해 일일이 포트폴리오(투자종목 구성)를 짜고 운용할 필요성이 사라졌다"며 "앞으로는 펀드 규모가 50억원 미만인 펀드도 대거 해지시켜 펀드 3백 개를 집중적으로 운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한투신운용도 이르면 이번 주 중 10억원 미만의 펀드(채권형은 50억원 미만) 3백43개를 없애고 9백억원 가량을 고객들에게 되돌려 줄 계획이다.

대한투신운용 장필균 과장은 "펀드 자체를 단순·대형화시켜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고객의 이익 증대로 연결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투신운용은 다음달까지 10억원 미만의 펀드 1백60여개를 없애 현재 6백60여개인 펀드를 5백개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관계 기관과 협의 중이다. 삼성투신운용도 ▶주식형 10억원▶채권형 50억원을 하한선으로 설정해 펀드 통폐합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표 참조>

◇투신사의 숙원사업 해결(?)=그동안 투신사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펀드 정리에 나섰다.

하지만 '세금우대 상품'에 가입한 소규모 펀드 고객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2천만원 한도 내에서 1년 이상 가입하면 이자소득세를 10.5%만 내는 이른바 '세금우대형 장부가 펀드'의 경우 펀드가 해지되고 다른 펀드로 통합되면 새로 1년이 지나야 세금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소액 펀드의 수익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아무리 세금혜택이 있다고 해도 펀드 수익률이 낮으면 소용없다"는 투신사의 설득이 먹혀들어 대다수 소액 펀드의 정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게다가 2000년 7월 시가(時價)평가제가 도입되면서 과거 장부가 평가 시절 금리변동에 따른 위험을 조절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왔던 판매 시기별 시리즈 형태의 펀드 설정이 불필요해진 것도 펀드 통폐합의 이유로 꼽힌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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