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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고장 차를 발견했을 때, 당신이라면?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일 발생한 인천대교 고속버스 추락사고를 계기로 고속도로에서 자동차가 고장났을 때의 행동요령 및 고장차를 목격했을 때의 행동 수칙에 대해 여러가지 말들이 오가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이번 사고 당시의 CCTV에 의하면 마티즈 승용차(운전자 김모ㆍ45)가 고속도로 2차선에서 정차한 후 화물차, 고속버스와 잇따라 충돌하기까지 15분의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모두 245대의 차량이 마티즈 옆을 혹은 마티즈를 피해 달렸다. 그러나 마티즈 승용차 운전자는 물론 245대의 차량 어디에서도 경찰이나 소방당국에 사고 위험에 대해 신고하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반대 차로에서 달리던 차량 운전자가 영종요금소에 통행료를 내며 “고장차가 방치돼 있다”고 알린 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 운전자의 신고를 받은 인천대교㈜측이 손을 쓰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번 사고는 마티즈가 갓길이 아닌 차가 달리는 도로 한 가운데 15분간이나 멈춰 있었다는 점에서 연쇄 추돌 사고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고장난 마티즈를 지나쳐 간 차량 운전자나 혹은 동승자 중 누군가 재빨리 신고를 했다면 고장 차량을 치워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의 운전자가 직접 고장 차량을 목격하고 신고하는 것은 쉽지 않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다. 또 굳이 갓길로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할 것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현행 도로교통법 상 목격자의 신고 의무는 없다. 도로교통공단 명묘희 연구원은 “운전자가 빠른 속도로 달리는 상태에서 신고 전화를 하는 것이 위험하고, 차선 변경 후 갓길에 차를 정차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며 “고장차주가 경찰 등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마티즈 운전자 김씨나 김씨로부터 사고접보를 받은 보험사가 경찰에 고장 신고를 신속히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현행 법상 고장차주나 보험사가 경찰에 신고해야할 의무는 없다. 김씨는 엔진 정지로 정차한 뒤 곧바로 보험사에 견인 요청을 했다. 그러나 김씨는 경찰에 따로 신고하지는 않았다.

이와관련 한 보험회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고속도로에서 고장이 났다고 신고가 들어오면 삼각대를 설치하라고 안내한 뒤 경찰에 신고하라고 일러주긴 하지만 권고사항이다. 또 보험사가 별도로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속버스 운전자의 안전 불감증이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아쉬운 건 고장차를 지나친 차량안에 있었던 동승자가 고장 신고를 했거나, 고장차의 차주나 보험사측이 경찰이나 소방당국에 전화 한 통만 해줬다면 바로 조치에 들어가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에따라 네티즌들은 도로에서 차가 고장이 났을 경우 차주에게 의무적으로 경찰이나 소방서에 신고토록 입법화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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