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휴대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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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가 노상 끼고 사는

휴대전화,

그 전자파가

사람의 유전자를 상하게 하고

변형시킨다고 하네요.

새삼스러운 소식 아니죠?

휴대전화가 없었을 때

당신 손엔 뭐가 들려 있었는지

기억하시나요?

누군가를 만나러 가던 길이나

누군가를 기다리던 장소에서

당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조바심이 있었죠.

조바심을 떨치기 위한

낙서가 있었고요.

서성대는 맘을 다독이느라

책읽기도 했던 거 같아요.

상대가 누구든 약속을 정해

사람을 만날 때는

설렘과 불안이 뒤섞인

기다림이 있잖아요.

전 요즘 막연한 공상에 젖어

기다리는 대신

전화기를 열어

상대를 채근합니다.

어디만큼 왔느냐,

어디만큼 간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다른 이에게 전화 걸기도 해요.

한 사람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기 전에

다른 만남을 만드는 거예요.

여백이 없어졌지요.

그래서 나의 삶이

튼튼해지고 윤택해졌는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휴대전화가 내 삶의 막간을

없앴다 해도,

그 전자파가

암을 일으킨다 해도

끼고 살 거란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당신은 어떠신가요?

*유럽연합(EU)의 지원 아래 EU 일곱 나라 12개 팀이 연구한 결과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사람의 유전자(DNA)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송은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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