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쏙 들어간 한건주의 쑥쑥 크는 장기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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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올해 주식시장도 이제 마지막 한 주의 거래만 남겼다.

종합주가지수 890포인트 벽이 생각 밖으로 두텁다. 하지만 시장은 다시 지수 890 벽을 두드릴 것이다. 비록 벽을 넘지 못한다 해도 주가가 확 빠지진 않을 것이란 믿음이 퍼져 있다. 이제 배당을 겨냥한 매수세가 크게 밀려들기는 어렵다. 배당 자격을 결정하는 배당기준일이 28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 뒤로는 주가가 빠질 수 있다. 배당 자격을 확보한 이들이 주식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당투자는 한층 신중해야 한다.

올해 증시도 굴곡이 많았다. 하지만 지수만 놓고 보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종합주가지수는 8.5% 올랐다. 주식형 펀드 중에는 올해 수익률이 10% 넘는 것이 상당수 있다.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진 탓에 수익률이 5%를 뛰어넘는 채권형 펀드도 적지 않았다. 은행 금리가 3%대로 하락하고, 외환위기 때보다 더하다는 불황을 감안하면 증시가 한해 농사를 망친 것은 아니다.

속사정은 이보다 훨씬 좋다고 본다. 무엇보다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그 동기가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을 보고 무턱대고 달려드는 '한건주의'가 아니란 점도 다행스럽다. '장기투자'에 대한 이해도 넓어지고 있다. 적금 들듯 우량주에 장기간 투자하고 있으면 결국 주가가 오른다고 기대하는 정석 투자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배당주에 대한 각광도 주식 투자가 한탕주의에서 벗어나는 신호로 보인다.

올해도 우리 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렸다. 한국 증시가 가치에 비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원인은 해외가 아니라 국내에 있었다. 외국인들이 줄곧 주식을 사는데도 국내 투자자들이 증시를 외면했기 때문에 주가가 신통치 않았던 것이다. 장기 투자자가 많아지고, 주식 투자 저변이 확대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사라질 것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내년 증시다. 저금리와 달러 약세가 내년 증시의 출발점이다. 수급 여건은 시장에 이로운 편이다. 실적이 변수다. 우리 경제가 과연 언제쯤 기운을 차릴지가 최대 관건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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