急求 뼈·피부·각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3면

지난해 말 뼈암인 골육종 진단을 받은 모(16)양. 의사는 대퇴골을 절단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그녀에게 두가지 치료법을 제시했다. 하나는 인공관절을 갈아끼우는 수술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의 뼈를 옮겨심는 동종골(同種骨)이식. 그녀는 장·단점을 비교한 뒤 동종골 이식 쪽을 택했다.

인공관절은 10~15년마다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나이가 어린 그녀에게 부담스러웠던 것. 동종골 이식은 염증이나 부러지는 등 1년여 동안 관리가 필요한 대신 이 시기를 넘기면 자기 뼈처럼 평생 튼튼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동종골 이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쓰임새는 물론 인공 장기(臟器)와는 달리 면역 거부반응이 거의 없고, 자신의 신체조직처럼 활용할 수 있기 때문.

최근 정형외과 골연부조직 이식학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청과 함께 우수 조직 품질관리 기준안을 만드는가 하면 서울에서 국제전문가 회의를 개최, 표준규범 초안을 마련하는 등 인체조직은행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학회장을 맡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서재곤 교수와 총무이사인 고대의대 구로병원 손원용 교수의 도움말로 인체조직의 활용과 문제점을 알아본다.

◇국내에서 얼마나 쓰이나=인체에서 이식할 수 있는 조직은 뼈와 건(腱)·인대·피부·심장 밸브·각막·연골 등이다. 기증한 시체나 수술로 제거한 다른 사람의 조직을 처리·보관했다가 환자에게 사용한다.

뼈는 인공관절 대체시 뼈가 부족하거나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을 때, 피부는 심한 화상을 입은 환자에게, 인대는 십자인대 재건술 등에 사용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국내에는 뼈와 인대의 경우 연간 2천건 정도가 시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외국에 비해 극히 적은 수치. 프랑스의 경우 매년 12만건, 미국은 70만건 이상 이식이 이뤄진다.

사람의 조직을 이용하는 동종 이식(동물조직 이용은 이종 이식)의 장점은 인공재질보다 인체 친화적이라는 것. 뼈나 인대는 물론 심장판막도 거부반응이 별로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직은 섭씨 영하 70도에서 냉동 보관하거나, 수분을 빼고 동결건조시켜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녹여 사용한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국내에서 사용되는 인체 조직의 70~80%는 수입되고 있다. 기증이 워낙 적은 데다 장기 기증을 하는 사람도 조직 기증은 꺼리기 때문. 지난해 50건의 장기 기증이 있었지만 조직 기증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반면 미국은 1999년의 경우 2만건의 인체조직이 기증됐다.

수입된 조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안전성. 손원용 교수는 "에이즈 환자나 성병·바이러스 질환·박테리아 감염 환자의 조직이 수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수입된 조직은 사용 전 검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국의 조직은행이나 제조회사를 믿고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환자들이 수입 조직을 비싼 가격으로 사야 하는 문제도 있다. 무릎 슬개건의 경우 2백50만원, 대퇴골두를 포함한 주변 조직은 4백만원 등 환자의 부담이 크다.

서재곤 회장은 "일반인들은 뼈와 피부 등 조직을 제공하면 시신이 훼손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채취하는 부위가 한정돼 있고, 깨끗하게 복원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며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우수한 조직을 제공하기 위해선 인체조직 기증문화가 확산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