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손절매 물량 쏟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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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최근 주가 하락 폭이 커지자 기관들의 손절매(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처분하는 것)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가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이 바람에 또다시 손절매 물량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손절매가 다시 손절매를 부르는 양상이다.

특히 주가가 사흘 연속 떨어진 지난달 31일 손절매 물량이 집중됐다. 지난달 29~31일 중 종합주가지수는 모두 54.2포인트(6.2%) 빠졌다.

기관투자가들은 통상 매입 가격보다 주가가 20%이상 떨어지면 손절매에 나선다. 국내 투신사와 증권사들은 각 사별로 손절매 기준을 갖고 있다. 향후 반등이 예상되더라도 손절매 기준점 밑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반드시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본격적으로 순매수에 나선 기관투자가들은 종합주가지수 880~919에서 주식을 집중적으로 순매수했다.

<그래프 참조>

지난달 31일 현재 거래소시장에서만 모두 2조7천6백56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기관투자가들은 이 지수대에서 모두 1조2천4백43억원(45%) 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지수대에 펀드로 자금이 집중 유입됐기 때문이다.

요즘 나오는 손절매 물량은 이 지수대에서 집중적으로 매수한 종목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주가는 4월19일 종합주가지수(923.94)보다 14%가량 떨어졌다. 삼성전자 등 일부 대형 우량주들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덕분에 종합주가지수는 비록 14% 가량 내려갔지만, 개별 종목을 놓고 보면 30%이상 떨어진 종목도 속출했다.

최근 기관들이 손절매에 나서면서 하루 중 주가 등락폭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다. 즉 오전에 강세를 보였다가도 오후 들어 큰 폭으로 떨어지는 종목이 허다하다.

한 투신사의 펀드매니저는 "하루 중 주가가 좋을 때를 기다려 손절매하고 있다"며 "이 바람에 주가 상승세가 꺾이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투신사의 펀드매니저는 "앞으로 주가지수가 조금만 떨어져도 주가지수 900선 위에서 사들인 종목을 중심으로 손절매 물량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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