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모야모야병] 뇌 혈관 수축으로 뇌경색 … 어린아이에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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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야모야는 일본말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른다는 뜻. 뇌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질병이 모야모야병이다. 뇌혈관이 막히면서 작은 혈관들이 뇌 아래쪽에서 새로 자라 올라가는 모양이 마치 연기가 피어나는 모양과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모야모야병이 한국과 일본에 환자가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원인은 모른다. 주로 어린이에게서 발병하며, 발생률은 100만 명당 5명 정도. 매년 국내에서 200여 명의 새로운 환자가 병원을 찾는 셈이다.

이런 모야모야병에 대한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 신경외과(왕규창·김승기·피지훈 교수)는 1988년부터 2006년까지 모야모야병 어린이 410명의 임상 양상과 치료 후 경과에 대해 분석했다. 치료 성적은 매우 좋다. 수술을 시행한 환자의 81%에서 증상이 사라졌고, 재발도 하지 않았다.

모야모야병은 뇌의 중심부에 있는 굵은 혈관이 수축해 뇌경색을 일으킨다. 기침을 하거나 단소를 불 때 등 갑자기 뇌에 혈압이 올라가면 일시적으로 혈관이 좁아지면서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모야모야병이 계속 진행하면 결국 뇌경색에서 뇌출혈로 이어져 심각한 중풍이 되는 것이다.

김승기 교수는 “이번 치료 성적을 분석해 보면 모야모야병의 초기로 볼 수 있는 일시적 뇌경색이 있는 환자에게서 14배나 높은 시술 성적을 보였다”고 말했다. 모야모야병도 초기에 치료할수록 시술 성적이 높다는 것.

치료를 위해선 관자놀이 쪽의 혈관을 두개골 안쪽으로 옮겨놓는 시술을 한다. 뇌 안쪽으로 이식한 혈관에서 새로운 혈관이 자라 막힌 혈관을 대신해 혈액을 공급한다.

이번 연구는 어린이 모야모야병에 대한 지금까지의 임상 연구 중 가장 큰 규모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과거에 포기했던 희귀 난치병인 모야모야병도 이제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은 임상신경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신경학연보(Annals of Neurology)’ 7월호에 게재됐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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