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상>에스콰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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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8면

지천에 널린 구두상품권.

한국제화업계의 현실을 말해준다. 구두상품권이 이처럼 할인돼 곳곳에서 팔리고 있는 것은 업계의 지나친 외형 위주 매출 성장 전략 때문이다.

에스콰이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IMF 이전 이 회사도 패션시장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매출 확대에 주력했다.

20대에서 60대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제품의 폭을 수직으로 넓히고만 있었다.

이 범 회장은 문제점을 인식했다. 핵심고객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였다. 모든 연령층을 상대하기 위해 이것 저것 다 만들다 보니 어느 고객층으로부터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패션의 주요 이용자인 20~30대 고객의 외면이 문제였다.

에스콰이아는 그래서 목표고객을 좁히기로 했다. 패션의 헤비 유저층인 20대와 30대 초반으로 타깃 고객의 연령층을 낮추고 집중했다. 이는 40~50대 안정적인 중년층 시장을 버린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들 소비자층은 이 회사 매출의 50%를 차지하고 있었다.

절반의 고객을 버리기 위해서는 새물을 채워야 했다. 그래서 새로운 타깃 고객층의 새 니즈를 파악, 새 개념의 구두를 만들어 냈다. 이른바 '퓨전 슈즈'다. 이는 정장구두에 캐주얼 슈즈의 편안한 창을 부착한 것이다. 정보화 사회의 중추세력으로 부상한 20~30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맞춘 것이다.

그러나 새 고객들의 니즈는 또 변했다. 20~30대는 보아서 좋고 신어서 편하고 남다른 '맛'을 원했다.'페리가모'와 같은 이탈리아식 구두를 원하는 것이다.

이를 따라잡기 위해 개발전문회사를 새로 설립, 사내 개발실과 경쟁체제를 갖췄다.이탈리아 스타일리스트에 개발을 의뢰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기술자를 기획·생산 단계에 참여시켰다.

조달 시스템도 분사시켰다.

이 대표 최고 경영자상 수상은 이 같은 업계를 앞서가는 마케팅 활동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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