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골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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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선제골을 잡아라.

지난달 31일 프랑스와 세네갈의 개막전을 포함, 이틀간 치러진 네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팀이 패한 경우는 한차례도 없었다. 세네갈은 전반에 기록한 선제골을 끝까지 잘 지켜내 거함 프랑스를 격침시켰다.

독일은 너무 일찍 선제골을 내주고 사기가 떨어진 가운데 조직력마저 무너진 사우디아라비아를 유린한 끝에 8-0으로 크게 이겼다.

카메룬도 아일랜드와의 경기에서 전반 선제골을 넣고 후반 다소 열세를 보였지만 1실점으로 막아내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우루과이를 상대로 전반에 선제골을 뽑아낸 덴마크는 후반 7분만에 동점골을 내줬지만 기어이 결승골을 뽑아내 2-1로 승리했다.

신문선 본지 해설위원은 "전력차에 따라 선제골의 위력은 차이가 있지만 한국과 폴란드처럼 비슷한 수준의 전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팀 사이에선 선제골이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강팀이 선제골을 뽑을 경우엔 독일-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볼 수 있듯 대량득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약팀이 선제골을 넣었을 경우에는 오히려 상대의 분발을 불러 큰 점수차로 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팀들 사이에서는 선제골을 넣은 쪽으로 승부가 기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력차가 크지 않은 팀끼리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내준 팀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서두를 수밖에 없으므로 체력이 급격히 소모될 가능성이 크다. 동점을 만들기 위해 공격 일변도로 나가다 보면 수비라인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으므로 상대팀에 허를 찔려 추가 실점을 당할 수도 있다.

또 뒤지고 있는 상태에서 스코어를 만회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게 되면 선수들이 초조해지게 마련이고, 따라서 경기 운영은 더욱 어려워진다.

신문선 위원은 "폴란드는 수비에 치중하다 긴 패스를 활용한 역습으로 상대를 공략하는 팀이다. 한국이 선제골을 허용하고 폴란드가 문을 굳게 잠글 경우 한국은 고전하다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며 "선제골의 중요성은 폴란드전뿐만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전력을 가진 미국과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경주=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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