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골결정력 발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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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 축구계에 신예 킬러가 탄생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한·일 월드컵 첫 해트트릭을 달성한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24·카이저스라우테른·사진).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그는 첫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독일팀에 붙여진 '녹슨 전차'란 오명(汚名)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월드컵 참가 직전까지 루디 펠러 독일대표팀 감독을 괴롭힌 '공격력 결여'라는 약점도 클로제의 등장으로 사라지게 됐다. 영국의 BBC 방송은 "폭발적인 스피드, 문전에서의 골 결정력은 '전성기 때의 위르겐 클린스만의 재현'"이라고 클로제를 평가했다.

클로제는 1m82㎝·74㎏의 체격으로 축구선수로선 다소 가냘프다는 느낌을 주지만 '킬러 부재'에 시달리던 독일의 확실한 스트라이커 자리를 꿰찼다. 폴란드 오폴 태생의 그는 아홉살 때까지 폴란드에서 살다 가족과 함께 독일로 이주했다.

독일 카이저스라우테른에서 활동하면서 지난해 2월에서야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합류, 3월 24일 월드컵 유럽예선 알바니아전에 A매치 데뷔전을 치러 종료 2분을 남기고 결승골을 터뜨려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A매치 12게임에 출장, 8골을 뽑은 클로제는 이번 해트트릭으로 13경기에서 11골을 기록하게 됐다.

또 득점왕에도 성큼 다가섰다. 앞으로 네골만 더 넣는다면 78년 아르헨티나 대회 때부터 이어진 '마(魔)의 여섯 골'의 벽도 깰 수 있게 된다. 78년부터 98년까지 20년동안 6개 대회에서는 득점왕이 모두 여섯 골을 넣었다.

클로제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너무 기쁘다. 전세계에 나의 존재를 알릴 수 있게 됐다. 월드컵 첫 본선경기에서 해트트릭까지 할 줄은 몰랐다. 결정적 찬스를 많이 만들어준 동료들에게 감사한다. 개인적으로는 분데스리가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세계무대에서 좋은 출발을 한 의미있는 경기였다"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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