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끝> 문화 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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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박2일, 2박3일씩 머물며 복합적인 문화활동을 즐기는 손님이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여기에 맞춰 4~10인 규모의 숙박시설 9개동을 오는 7월 개장할 예정입니다."(경기도 양평 바탕골 예술관 김영식 관장).

바탕골 예술관은 소극장·미술관·도자기 공방·공작실 등을 갖추고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제공하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金관장은 "주말에 찾아오는 가족·연인·동호회가 주요 고객"이라며 "앞으로는 가족 방문객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가족 단위의 문화 나들이가 늘고 있다.

일요일 하루 여가는 그야말로 혼자 푹 쉬는 것이었다. 2001년 통계청 조사(중복 응답)를 보자.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이 TV 시청(62.7%)이고, 그 다음이 휴식·수면(50.7%), 가사(33.5%), 사교 활동(22.8%),가족과 함께(22.8%)의 순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삼성경제연구소의 2001년 3분기 소비자 태도 조사를 보자. 주5일 근무에 따른 휴일 여가 활용 방안을 물은 결과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는 응답이 43%로 가장 많았다.

◇가족 위주 복합 문화상품=주말 이틀을 가족과 함께 하겠다는 사람이 가장 많다. 이에 따라 놀이공원·테마파크 등의 프로그램과 시설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재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공연·전시·예술 체험(도자기 공방 등 아마추어 활동)·외식·레저 등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대도시 근교의 나들이 코스도 활발히 개발될 것이다.

문화를 즐기는 방식도 달라지게 된다. 부산대 사회학과 김문겸 교수는 "시간이 없던 시절에는 여행이라 하더라도 눈도장만 찍으면 충분했지만 앞으로는 지식과 체험이 어우러진 복합적이고 깊이있는 문화상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화 패키지로는 가족 모두가 참여하는 전통문화 탐구,조류·생태계 관찰 등의 복합·체험형 프로그램이 활성화할 것이다.

◇영화 관객 증가=가족 단위 나들이로 자동차 극장 관객이 늘어날 것이다. 자유로 자동차극장의 김제영 부장은 "특히 가족단위를 중심으로 관객이 지금보다 30% 정도 늘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신작 개봉 날짜도 바뀌게 된다.국내 최대의 극장 체인인 CGV는 개봉일을 지금의 금요일에서 목요일로 앞당기는 것을 검토 중이다.마케팅팀 이지연 대리는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따라 주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목·금요일에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할인 프로그램 개발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공연 시간대 조정=예술의전당 홍보마케팅팀 윤동진 과장은 "금요일 저녁 공연과 토·일요일 오전·낮공연이 활성화할 전망"이라며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집중 기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상대적으로 일요일 저녁 공연은 인기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망과 대책=여가시간이 갑자기 늘어나면 소득 수준·문화 시설의 차이에 따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의 격차가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이흥재 문화정책개발원 연구실장은 "예컨대 대도시 주민·여유층·정규 근로자·남자·미혼자가 주로 문화를 즐기는 반면 그 반대층은 소외감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문화 기반시설 확충, 저가의 문화 프로그램 공급 확대, 문화기관 간 정보공유·프로그램 연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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