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융개혁법안 하원 통과 … 은행 투기 제한, 소비자 보호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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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은행의 투기적 거래를 제한하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개혁법안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마지막 관문인 상원 표결은 예정보다 다소 늦춰진 이달 중순께 이뤄질 전망이다.

미 하원은 이날 표결에서 금융개혁법안을 찬성 237, 반대 192로 가결했다. 이 법안은 지난달 25일 상·하원이 20시간의 마라톤 협의 끝에 만든 단일안이다. 은행이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위험이 큰 상품을 거래하는 것을 제한하는 한편 ▶소비자 보호 기구 신설 ▶신용평가사 감독 강화 ▶부실 금융사 퇴출 시스템 강화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은행이 사모·헤지펀드를 소유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려다 일부 허용하기로 선회하는 등 규제의 강도는 완화됐지만 현지에선 대공황 이후 나온 가장 포괄적이고 강력한 금융 규제안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간 금융개혁을 밀어붙여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표결 결과에 대해 “(금융회사들의) 무모함과 무책임으로 타격을 입었던 모든 미국인들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도 표결 직전 “월스트리트(금융)의 무분별한 행위로 메인스트리트(실물)의 실업이 생겨나는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파티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반면 하원 금융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스펜서 바커스 의원은 “법안은 개인과 사기업의 결정권을 연방 정부의 손에 넘겨주게 해 ‘관리 경제’로 나아가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은 상원으로 넘어갔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독립기념일(4일) 휴회 이전에 표결을 마치려 했다. 59명의 소속 의원에다 공화당 온건파 3~4명의 지지를 얻으면 무난하게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돌발 사태’로 일정을 이달 중순으로 추기로 했다. 최고령 상원 의원이던 로버트 버드가 28일 별세하면서 표결과 장례 일정이 겹치게 된 데다, 공화당 온건파들도 은행에 세금을 매기는 조항을 문제삼고 나서면서 가결 정족수 확보에 이상이 생긴 영향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29일 상·하원 대표가 모여 은행에 190억 달러의 세금을 부과하는 조항을 삭제키로 합의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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