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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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SBS 밤 11시40분)=프랑스 감독 뤼크 베송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영화다. 극한에 도전하는 잠수부들을 아름답게 그린 '그랑브루'(1988년)로 실력을 드러낸 그는 90년작 '니키타'로 흥행감독의 타이틀을 획득한다. 그리고 '레옹'(94년),'제5원소'(97년), '잔다르크'(99년) 등에서 할리우드에 못지 않은 스펙터클을 선보였다.

'니키타'는 살인병기로 둔갑한 소녀의 얘기다. 프랑스·영국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둬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작을 만들 정도였다. 액션 스릴러라는 활달한 구조에 남녀의 성정체성 문제를 녹여 '제5원소'와 '잔다르크' 등 영상만 화려한 후기작에 비해 내용도 튼실한 편이다.

뒷골목의 불량 소녀 니키타(안니 파리요)가 정부 비밀기관에 의해 암살 전문요원으로 훈련돼 테러조직에 맞선다는 줄거리다. 양손에 대형 매그넘 권총을 들고 용감무쌍하게 싸우는 레스토랑 총격전이 볼 만하다.

감독은 치고받는 액션의 외피 속에 남녀 차별이란 성문제도 삽입시킨다. 천진난만한 거친 성격의 니키타를 섬세한 살인병기로 개조하는 정부기관의 폭력성을 은유하는 것. 평소 마리라는 이름의 간호사로 일하고, 또 여자처럼 부드러운 남자와 사랑을 하다가 명령이 떨어지면 냉정한 '병기'로 돌변할 수밖에 없는 니키타를 통해 여성의 자아찾기도 건드린다. 동거하던 남자에게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자 사랑한다는 쪽지만 남기고 자유를 찾아 떠나는 니키타의 마지막 모습이 여운을 남긴다. 원제 La femme Nikita. ★★★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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