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교보문고마저 찬바람 … 출판시장 꽁꽁 얼어붙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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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어떤 곳입니까? 국내 서점의 상징 아닙니까. 거기마저 그러니…"

22일 한 출판사 관계자는 탄식을 터뜨렸다. 이날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이 1981년 문을 연 이래 23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했다는 소식를 접하고서다.

지금 같은 불황에 서점 한 곳의 매출이 줄었다고 웬 호들갑이냐 싶지만 광화문점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그 탄식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 광화문점은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에도 소폭이나마 매출이 늘었던 곳이다. 출판계에서 말하는 이른바'사상 최악의 불황'이 결코 엄살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사건인 셈이다.

줄어든 외형만큼이나 내용도 좋지 않다. '2004 교보문고 판매동향'에 따르면 그나마 판매가 늘어난 책들은 경제.경영서나 외국어.학습서 등 모두 실용서들이다.

반면 소설은 지난해에 비해 11.8%, 인문서는 2.7%, 예술서는 8.9% 줄었다. 불황을 맞아 실용서 편중 현상이 더 심해진 양상이다. 심지어 우리 사회 특유의 교육열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유아.아동서 매출도 이번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오프라인 서점의 대안이라는 온라인 서점마저 성장이 꺾이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의 경우 올해 매출 신장률은 11.6%으로 지난해의 절반가량에 그쳤다.

교보는 그래도 좀 낫다. 교보는 신규점포 등에 힘입어 전체적으로는 매출이 성장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교보가 재채기하면 독감에 걸린다'는 중소 서점들과 출판사들에 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중소 출판사 사람들을 만나보면 체감 매출이 30%가량 줄었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출판계는 단순한 호.불황의 경기 사이클을 넘어 시장 기반이 무너질 가능성마저 엿보인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벌써부터 상당수 출판사가 출간 종수를 대폭 줄이고, 당장 '팔릴만한 책'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출판시장은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 부실해져 다시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업계든 정부든 모두 힘을 모아'책 읽는 사회'를 위한 장기 대책을 마련할 때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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